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북한과의 ‘요란한 밀착’을 보인 중국의 외교적 행보는 유감스럽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싸늘한 표정을 지었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회의 계기에 2년 만에 열린 북한과의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보란 듯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사드 한국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만 김정은 정권에 잘못된 신호를 전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의 근본적 긴장완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중국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대북 압박과 설득 강화가 자신들의 국익과 역내의 평화·안정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잠시라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행여나 변화된 모습을 보일까 기대했던 국제사회를 거듭 실망시켰다. 리 외무상은 ARF 뒤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하늘로 날렸다”는 적반하장 식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북한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 주장하며 “추가 핵실험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렸다”고 5차 핵실험 가능성도 위협했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핵포기를 거부하며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데 급급한 북한의 변함없는 모습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북한의 인식이 틀렸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다. 특히 중국이 한반도 내에 핵보다 사드를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핵이 없으면 사드도 철회 한다는 게 한국정부의 입장이다. 사드 배치 지역인 경상북도 성주군민들의 사드 반대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외교당국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고 북핵 폐기를 위해 국제공조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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