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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형 안동대 교수
최근 ‘포켓몬 고’라는 놀이(게임)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게임에 필요한 구글의 서버가 제공되지 않아 그것이 가능한 속초시로 게임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들이 모이는 바람에 속초는 놀이꾼들의 ‘성지’로 탈바꿈되었다. ‘포켓몬 고’는 놀이 수행자가 출발 시에 자기 취향에 따라 캐릭터와 액세서리를 선택하여 나타나는 ‘괴물’을 쫓아다니며 잡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똑 놀이꾼들은 휴대폰 안에 나타난 주인공과 실제로 현장을 쫓아다녀야 하며, 현장은 기념물이나 문화재 등을 중심으로 상황이 설정된다. 전 세계에 산재한 독자적 현장들에 맞춤형으로 설계되어 각각의 경우 게임의 실제적 내용이 다르다는 게 그 특징이다.

사실, 모든 기존의 컴퓨터 놀이는 개인적이고 보편적이며 정례화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폐쇄적 온라인상에서만 구현되었다. 따라서 그것을 구동할 줄 아는 젊은이들만이 그것을 즐겼었다. 이것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포켓몬 고’는 놀이의 또 하나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이 놀이를 개발한 존 행키는 ‘포켓몬 고’의 개발원칙을 세 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우선, 세계 전체를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세계를 놀이마당으로 생각한 것이다. 다음으로, 놀이는 놀이꾼들이 움직이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즉, 운동하지 않는 놀이를 공상이라고 여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놀이란 모든 사람이 더불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놀음이 갖는 개인적 폐쇄성과 가상공간과 가상캐릭터들 그리고 운동부족의 한계와 같은 단점을 파악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놀이를 만든 행키의 발상이 참으로 건전하여 박수를 보낼 만하다.

‘포켓몬 고’가 가진 의미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로, 게임을 포함한 기존의 우리 삶은 온/오프라인의 분리였었고, 그로 인한 사람들의 분열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이 둘이 합하여 공존하는 형태를 띠게 된다. 이것을 증강현실(AR)이라고 부른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VR)과 현실(R)의 합성이다. 말하자면 이제부터 삶은 VR 따로 R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둘째로, 삶은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현장을 감안하는 특수성을 수용하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성은 우열이 나뉘는 기준이 없이 독립적인 존재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은 유일하다는 이유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삶은 더불어 할 때 비로소 있게 되고 유용한 것이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가 보여주듯이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비로소 불려지고 존재하게 되며, 이것으로 값을 갖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포켓몬 고’는 미래사회의 한 전형을 이렇게 맛보기로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오프라인의 삶의 전형을 기성세대가 고집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이 20세기 말에 드러난 인간사회의 분열상이다. 이제 이런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포켓몬 고’는 보여준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낙관주의일까? 물론 아직은 섣부른 면이 보인다. 그 게임을 하느라 많은 젊은이가 부딪히고 교통사고까지도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미래 증강현실의 시행착오는 다초점 안경을 처음 착용하는 중늙은이의 당혹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증강현실’ 인식은 우리 사회에 많은 부조화와 불평등을 상호이해를 통해 조화시키는 새로운 눈이다. ‘포켓몬 고’의 아이디어를 세심하게 읽어 활기찬 증강현실의 미래사회로 자신 있게 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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