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르 나라의 왕이 신하들을 데리고 민정시찰에 나섰다. 거리에서 시주동냥을 하고 있던 한 노승이 큰 소리로 말했다. “시주에 보태주시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익한 충고를 드리겠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왕은 발을 멈추고 시주 돈을 주면서 충고를 말해 보라고 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의 결과가 어떨 것인가를 생각하시오” 스님의 충고였다.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로 돈까지 받다니…” 신하들이 불평을 털어놓았다. 왕은 투덜대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보다 더 좋은 충고가 어디 있겠나. 우리가 늘 잊고 살아서 그렇지 항상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왕은 궁궐로 돌아오자마자 스님의 충고를 글로 써서 침실 벽에 붙이고 자신이 쓰는 은그릇들에도 글을 새겨넣었다.

그리고 왕은 매사에 이 충고를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던 중 왕위를 탐하던 한 측근이 왕을 암살하기 위해 왕실 주치의를 꾀었다. “왕의 혈액 검사할 때 쓰는 주사에 독약을 넣어 왕을 독살한 뒤 내가 왕이 되면 당신에게 장관 자리를 주겠소” 귀가 솔깃해진 주치의는 혈액검사를 하던 날 왕의 피를 뽑기 위해 독을 넣은 주사기를 들고 왕 앞으로 갔다. 왕의 곁에 놓여있는 혈액을 담을 은접시를 본 주치의는 머리가 쭈뼛해졌다. 접시엔 “저지른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주치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왕을 암살하고 나면 완전범죄를 노려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와 약속한 장관 자리 부담도 없어지겠지…” “왜 주춤하고 있나. 피를 뽑지 않고” 왕이 재촉하자 온몸이 진땀이 된 주치의는 암살 음모에 대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스님의 충고 한마디를 깊이 명심, 실천한 왕의 속 깊은 마음이 자신의 생명을 구했던 것이다.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디 있는지 알잖아” “내가 형에 대해서 별의별 것 다 갖고 있다” “까불면 안돼” 친박 윤상현 의원이 총선 예비후보에게 지역변경을 요구한 녹취록의 내용들이다. 윤의원은 이런 짓을 하면 결과가 어떨 것일까를 왜 생각 못했나. ‘호가호위’ 무뢰한이 따로 없다.

경북일보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