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25, 26일 양일간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중국의 왕이(王毅)외교부장이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 설치와 관련하여 비외교적인 방식으로 직격탄을 날렸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또 그는 윤 장관에게 보란 듯이 북한의 이용호 외무상에게는 회담장 밖에까지 나와 기다리다 그를 친근하게 맞이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국제무대도 동네 꼬마들의 패 가르기와 별반 틀리지 않는다.

필자는 이번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의 처신을 보고 1999년에 발간된 영국의 ‘더 타임스’ 기자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이 쓴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책을 떠올렸다. 그가 쓴 책을 보면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우리 국민의 우수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 책을 읽어보면 대국이라는 나라를 앞세워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중국인들의 최근 갑질 횡포에 우리가 너무 기죽을 필요가 없겠다는 위로감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책은 예리한 분석력을 가진 외국 언론인이 15년 동안 서울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한국인들과 부딪히며 느끼고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기록한 책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인의 단점으로는 지위고하를 막론한 부패와 조급한 성격, 단합보다는 개인 간의 개성이 강해 좀처럼 공통된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당파성 등을 들었다.

그러나 장점으로는 문맹률 1% 미만의 나라, 노약자 보호석이 있는 나라, 지하철 평가 세계 1위, 가장 단기간에 IMF를 극복한 민족, 세계 4대 강국을 우습게 아는 배짱 있는 나라, 인터넷 TV 초고속 통신망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 약소국민에겐 관대해 ‘아프리카 사람’ ‘인도네시아 사람’ ‘베트남 사람’이라고 부르고 강대국 사람을 부를 때는 ‘미국놈’‘ 영국놈’ ‘떼놈’ ‘왜놈’‘러시아놈’등 무의식적으로 ‘놈’자를 붙여 깔보는 게 습관이 된 민족이다.

특히 그는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기(氣)가 강한 민족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광활한 대륙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마음도 넓고 기가 강할 것 같지만, 결정적일 때는 기가 약하다고 했다. 그 이유로 1932년 일본이 중국에 만주국을 건설하고 1945년 패망할 때까지 13년 동안 난징대학살로 3천200만 명의 중국인을 학살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36년 동안 3만2천 명이 희생됐다. 이 같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일본의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보복행위와 암살을 시도한 항일 투쟁 사실은 없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총리 암살과 이봉창 의사의 일왕 시해 폭탄투척사건, 윤봉길 의사의 상해 폭탄 투척사건,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전투 등 수많은 항일 투쟁을 벌인 기가 센 민족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민족의 긍지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라오스에서의 ‘어설픈 쇼’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이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패도(覇道)정치를 가장 싫어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으나 힘으로 매사를 해결하려는 최근 중국의 제국주의를 기가 센 우리 민족은 항상 경계의 끈만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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