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초년병시절 골프장을 조성하기만 하면 문전옥답을 파헤치고 금수강산을 파괴한다는 기사를 마구 쏟아내던 시절이 있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골프는 일부 계층이나 즐겼던 귀족스포츠로 불렸다. 그만큼 서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다.

대중화된 골프는 참 좋은 운동이다. 한번 라운딩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그린피와 캐디봉사료까지 합치면 대략 20만 원 정도 든다. 서민들 입장에서 아직은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조금만 절약하면 3~4시간 푸른 잔디를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여가선용으로 골프만큼 괜찮은 운동도 없을 듯하다. 국위선양에도 한몫한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세리는 1998년 5월 LPGA 선수권에서 첫 승을 거두며 자신 이름 석 자를 LPGA 그린에 각인시켰다. 특히 그해 7월 US 여자오픈에서는 워터 해저드 근처로 굴러간 공을 쳐 내기 위해 골프화와 양말까지 벗고 들어가 샷을 날린 박세리는 ‘맨발의 투혼’을 보여주며 우승을 일궈내 당시 IMF 경제 위기로 시름에 빠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뒤를 이어 김미현(39), 박지은(37)과 함께 한국인 ‘트로이카’로 활약하며 한국 선수들의 LPGA 선구자가 됐다.

이런 골프가 최근 종종 시비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대구시장은 지난해 6월 정례조회 때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골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들이 인허가 민원 대상기관의 사람들과 식사 대접을 받거나, 특히 골프 접대받거나 이런 일은 잘못됐다고 질책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이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식사나 골프 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무원이 개인 취미 생활하는 것은 그 무엇이든 막을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동호회 활동은 장려해야 하며 골프 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지금까지 있었던 부적절한 골프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고 했다. 권 시장은 이런 일이 재발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난 현재 그런 행태들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대구시장은 올해 6월 정례조회에서 공직자의 골프에 대해 당부와 함께 경고성 발언을 했다. 업무와 관련된 인허가 대상기관 관계자와 만나서 골프 치거나, 특히 퇴직한 공무원 선배들이 후배들과 골프 치는 것조차 어느 하나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 놓고 선 나중에 또 다른 부탁하고 청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구시장은 공직자가 누구와 어울려 어떻게 골프를 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다고 했다. 골프의 달콤한 유혹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으로 연간 11조5천6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골프업계의 손실액 1조1천억 원도 포함돼 있다. 골프 관련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찬 바람이 몰아치게 될 골프를, 부적절한 처신으로 더이상 욕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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