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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하고 있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헌법 제119조 제1항도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의 기본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필자가 위기의 한국을 구할 응급대원 “119”라고 부르고 싶은 것은 바로 헌법 제119조 제2항이다. 이것이 속칭 “경제민주화조항”이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현행 헌법은 국민의 뜨거운 직선제 개헌 요구에 대하여 전두환대통령이 1987. 4. 13. 호헌선언을 하자, 국민들이 눈물겨운 6월항쟁을 통하여 마침내 이루어낸 개헌 헌법이었던 것이다. 위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이른바 “재량(裁量)규정, ~할 수 있다”형태로 되어 있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이 만들어질 1987년 당시, 우리나라는 소득불평등이나 시장 지배, 경제력 남용의 폐해가 오늘날처럼 심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당시로서는 국가가 잘 판단하여 재량에 따라 각 경제주체간이 조화를 위하여 적절히 개입하여 규제와 조정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의 모든 분야에서 만연한 이른바 갑질 사태는 경제력에 기반을 둔 절대 권력이 국가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므로 이것을 극복하지 않고는 반전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존망의 위기로 느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국가”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의 요구를 전혀 자신의 “의무”로 여기지 않고 있다. 국가의 이러한 방임에 따라 헬조선의 퇴행은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퇴행이 우리의 존립을 위협할 수준으로 커져가게 될 것임에도 정부는 태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심각한 소득불평등으로 모든 희망을 잃은 영국 국민들이 자해(自害)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한 것이나 유럽 국민(자국에서 태어난 그들 국가의 국민)중에서 자발적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가 양산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소득불평등, 세대 및 계층 갈등, 저출산, 고령화 등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경제민주화에 있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노동유연화만 외치는 가운데 더욱 심각해지는 소득불평등을 보고만 있는 것이 우리의 정부와 여당이다. 이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것인지 미루어 둘 것인지에 대한 국가의 재량은 영(零)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재량(裁量,할 수 있다)”이 “의무(義務,해야 한다)”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제 국가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을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위법” 또는 “부당”한 것이 된 것이며, 법률이론상 직접적인 손해배상의무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직무유기”에 따른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결코 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전두환대통령이 직선제개헌을 하지 않겠다며 호헌선언을 한 1987. 4. 13. 이후 정확히 29년이 지난 2016. 4. 13. 우리 국민들은 여당에 대한 지지를 상당 부분 철회하고 대안으로 야당 2곳을 나누어 선택하여 여소야대의 국회를 만들어 주었다. 

국민들도 정부와 여당의 이와 같은 직무유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1년이 넘게 남았다. 헬조선을 구할 119 구급차(헌법 제119조 제2항)의 출동을 그때까지 미루어 둘 수 있을까? 우리나라를 구할 골든타임(Golden Time)을 제발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출동하라, 헌법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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