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라더니 폭염이 맹위다. 입에서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덥지요”다. 옛 사람들의 더위를 대하는 자세는 어떠했을까? “집은 좁고 낮아 바람 한 점 아니 오고/ 달고 다는 돌담 그대로 우리노니/ 오늘도 기나긴 해를 어이하여 보내리// 옷을 풀어치고 일어서 거닐다가/ 등을 드러내고 오똑이 앉아도 보니/ 흐리고 터분한 머리 무겁기만 하여라// ”가람 이병기 시인의 시 일부다. 요즘처럼 에어컨도 없는 시절 좁은 방에 앉아 더위와 싸우는 선비의 모습이 역력하다.

“지루한 여름날에 불같이 타는 더위/ 땀은 축축 찌는 듯 등골이 다 젖었을 때/ 시원한 바람 불고 소나기 쏟아져/ 어느덧 온 벼랑에 폭포수 드리웠네/ 이 어찌 상쾌하지 않을소냐” 다산 정약용의 시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이다.

“백우선(白羽扇)을 부치기도 귀찮다/ 숲 속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 건(巾)을 벗어 석벽에 걸고/ 머리에 솔바람이나 쐬자” 이백의 ‘하일산중(夏日山中)’이란 시다. 깃털로 만든 부채도 들기 귀찮다는 표현이 뜨거운 여름날의 나른함을 잘 전해준다.

힘겨운 여름 나기의 시가 있지만 긍정적 여름나기도 있다. 조병화 시인은 ‘여름’이란 글에서 “여름이야 말로 우리 생명의 큰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절! 그것이 여름인 것이다”라고 했다. ‘몽상의 시학’을 쓴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 여름은 하나의 꽃다발, 시들 줄 모르는 영원한 꽃밭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제나 자기 상징의 청춘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주 새롭고 신선한 봉헌물이다”라고 여름을 찬미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볕 더위는 견디기 힘들 정도다. 전국적으로도 더위가 심하지만 대구경북도 1주일째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번갈아 내려지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최고 섭씨 33℃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 될 때 내려지는 폭염 특보,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 될 때 내려지는 특보다.

경북에서 폭염에 사람이 셋이나 죽고 가축 3만2천 234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크다. 한가한 시가 무색한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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