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수명 100세를 기이지수(期頥之壽)라 한다. 사람 수명의 1기(期)를 100년으로 하고, 이()는 양(養)과 같은 뜻으로 몸이 늙어 다른 사람에게 의탁한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100년을 사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이지수를 사는 사람이 해가 갈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경북에서만 100세를 넘긴 사람이 334명이나 됐다.

이렇게 100세 시대가 됐다지만 건강하게 100세를 넘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난 퇴계의 15대 종손 이동은 옹은 만으로 딱 100세, 기이지수를 살았다. 그는 퇴계 선생의 장수 비결인 활인심방(活人心方)을 평생 실천했다.

활인심방에는 여러 건강지침이 있는데 무더운 여름에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눈길을 끈다. “여름에는 더운 시절로 사람의 정신이 산만한 때다. 심장의 기능은 왕성하지만 신장이 쇠하기 쉽기 때문에 더운 음식을 먹어야 가을에 토사곽란(토하고 설사하면서 배가 아픈 병)의 염려가 없다. 한여름 더운 때라 해서 찬물로 씻으면 오장이 메마르고 진액이 적어지며 찬 것을 많이 먹으면 시력을 상한다. 냉한 채소는 기를 다스리기는 하나 눈이나 귀의 기능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여름에는 일찍 일어나면 좋다거나 찬바람을 조심하라는 얘기도 나온다. 몸이 약하고 속이 허한 노인이 덥다고 찬바람을 맞으면 풍이 들기 쉽고 결국 몸을 해치게 된다는 기록이 있다. 무엇보다 몸가짐을 바로 하라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군자는 일상생활에서 몸을 다스려 조급함이 없도록 하고 말과 태도는 조용히 하며, 크게 성내지 말고 식사는 검소하게 하며 욕망을 절제하고 심기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한다.

활인심방에는 이 밖에도 “여름에는 ‘어허~’하고 소리를 내면 마음의 불이 절로 가라앉는다”는 재미 있는 건강법도 있어서 흥미롭다. 활인심방은 젊어서 병약했던 퇴계가 70세까지 장수했던 건강체조 비법이다. 안동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올 12월까지 매주 월~금 오후 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안동댐 월영교 앞에서 활인심방 교실을 연다고 한다. 한 번 배워보고 싶은 퇴계의 건강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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