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강읍 육통리 회화나무·일본 후쿠오카 천만궁 매화나무 이야기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 회화나무(천연기념물 제318호).
경주 안강읍 육통리 경로당 옆에 큰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천연기념물 제318호이다. 높이나 좌우 가지가 20여 m로 마을 전체를 굽어보고 있다. 수령은 약 400년으로 알려졌으나, 이곳 사람들의 말로는 수령이 육칠백 년쯤 된다고 한다. 거대한 덩치에 비해 막아 놓은 철책이 너무 좁아 금방 쓰러질 듯 불안하다.

이 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약 600년 전인 고려 공민왕(재위 1351∼1374) 때 외적들의 침입으로 이 마을에 살던 19살의 ‘김영동’이란 청년이 징집돼전장에 나가게 된다. 청년은 떠나기 전 집에 회화나무를 심고, 어머니께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아들 본 듯 잘 가꾸며 지내라고 당부한다. 열심히 보살피면 그 공덕에 자기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로 위로하며 떠났다.

그러나 어머니는 정성을 다해 이 나무를 키우며 아들의 귀향을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이 그 청년의 효심과 어머니의 정성을 기려, 마을의 상징인 보호수로 삼아 잘 돌봐왔고, 지금도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동제(洞祭)를 지내고 있다.

원래 회화나무는 선비나무 또는 학자수(學者樹)라 하여 높은 벼슬을 뜻하는 선비들이 좋아하는 나무라고 한다.

예부터 나뭇잎이 필 때쯤엔 학동들이 공부할 시기요, 또 과거시험이 치러지는 때라 면학과 시험에 관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인지 입학시험 때가 되면 학부모들이 이 나무를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마도 어머니 소원을 풀어드리지 못한 아들이 나무속 영혼으로 돌아와 어머니 대신 덕을 베푼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좌우 집들 사이에 끼이고, 또 철책에 가친 너무 좁은 생육공간에 주인을 기다리는 듯이 서 있는 모습이 몹시 안타깝다.

일본 후쿠오카 천만궁에 있는 매화나무(도비우매).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다자이후 덴마쿠(太宰府 天滿宮)’의 본전 앞에 ‘도비우매(飛梅·날아온 매화)’라는 큰 매화나무가 서 있다. 수령이 1천300년 된 거목으로 원만하고 품위 있는 모습이 주변 매화나무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 천만궁은 학문의 신(스가와라 미치자네)을 모신 신궁인데, 연간 약 70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이곳에는 6천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는 데, 수백 년 된 거목들이 많다.

이 비매나무에 얽힌 전설이 있다. 일본의 유명한 시인 겸 대학자인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우대신(재상)이란 벼슬을 지내다가 이 곳(다자이후)으로 좌천돼왔다. 평소 매화를 좋아하는 그가 떠나기 전 자기 집 뜰에 있는 매화를 보고, 이별의 시를 한 수 읊었는데, ‘동풍이 불면 향기를 실어 전해다오. 매화 주인이 떠났다고 봄을 잊지 말고….’ 얼마 후 이 매화가 주인을 따라 교토에서 이곳으로 날아왔었고, 2년 후 주인이 죽자 이 신궁 앞에서 지금도 그를 지키는 듯 조용히 서 있다고 한다.

이 비매는 다른 매화보다 먼저 개화해 자기 주인에게 흰 꽃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고 한다. 이 매화가 주인인 학문의 신(神)에게 좋은 향기(소식)를 전한다고 해서 입시철이 되면 학부모들이 구름같이 이 신사로 모여 들어 합격의 소원을 빈다고.

매화는 선비들이 좋아는 나무로 전한다. 추운 날씨에 꽃을 피우는 기개와 은은한 매향은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선비나무인 우리의 회화나무나 학문의 신(神)을 대신하는 일본의 비매나무 모두 학부모·학생들에게 꿈과 설렘과 행운을 주는 희망의 나무들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길상목 (吉祥木)들이 많아, 자주 접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종기 시민기자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www.facebook.com/chopms

https://twitter.com/kb_ilbo

https://story.kakao.com/chopms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