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꿈에 보았네
길섶 구석진 밭
이랑 속에
감실거리는 안개를

아득한 길을 그냥 가다가
문득
미친 두 눈을 들어
먼 산

아주 더 멀리 어두컴한 산
등성이 위
희미한
나뭇가지의 반짝임

그리고 꿈이 깨어 사라진 날
벌판의 한 끝에
그림자도 없이
서서 우는 사내를 보네


감상)밥을 먹고 나오니 비가 왔다. 간 흔적, 내가 밥을 먹는 동안 빗속에서 비 바깥을 바라보았던 누군가는 이유도 없이 쓸쓸하던 내 밥상을 느꼈을까. 내 손끝에 묻어있던 슬픔의 실루엣을 보았을까. 비가 그치는 순간 그 슬픔이 내 심장으로 숨는 것도 보았을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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