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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2004년 7월 미국의 항구 도시 보스턴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수많은 대의원과 내외신 기자들이 주목한 가운데, 어느 상원의원이 단상에 나타나 존 케리 대선후보의 지지 연설을 했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열광했고 그 의원은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4년 후 그가 바로 미국 최초 흑인(백인 혼혈) 대통령 버락 오바마였다.

그는 지지 연설에서 “정치적 차이를 극복해 공동의 미래로 나가자”라는 명연설을 남겼었다. 미국인들의 가슴에 긍지와 믿음과 희망과 단합의 씨앗을 심었던 것이다. 그리고 4년 후 대통령이라는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지난달 31일부터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시작된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출 합동연설회장에는 집권 여당의 차기 당 대표로써 국민에게 희망과 단합을 안겨줄 만한 비전을 제시한 후보자들은 찾아 볼수 없었다. 후보자 모두가 지난 4·13 제20대 총선의 울타리 안에 갇혀 국민이 진절머리를 치는 친박·비박 논쟁만 벌였을 뿐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집권 당 대표가 되겠다는 인사들이면 오바마 대통령이 존 케리 후보의 지지연설만큼은 아니더라도 오늘날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당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비록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중량감 있는 후보자들이 빠졌다 하여도 집권여당의 전당대회인 만큼 무게 있는 정책들이 제시되고 이런 문제들을 두고 후보 간의 뜨거운 논쟁이 있어야 국민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기껏 하여 인기가 땅에 떨어진 대통령 치맛자락 주변을 맴돌면서 계파 논쟁만 벌이는 것을 보면 수십억 원의 거액을 들여가며 이런 전당대회를 왜 하는지 의문만 들 뿐이다.

지금 국민들 가운데 새누리당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8월 9일)가 언제 열리는지 알고 있는 국민이 10%는 될는지 의문이 간다.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국민에게서 관심을 받는 정당이 되려면 후보자 모두가 현 대한민국이 당면한 주요 과제인 사드 설치 문제를 비롯하여 보호경제주의로 나가는 미국 대통령 후보자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대비책과 갈수록 전방위로 압박하는 중국의 대한(對韓)정책, 핵으로 우리 국민의 목줄을 조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대비책들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또 이달 27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당 대표 출마 후보자들도 새누리당 후보자들과 대동소이한 구태들을 보여 주고 있다. 이곳에서도 친노냐 친문이냐는 등 계파 논쟁만 뜨겁고 내년 대선에서의 수권 정당을 위한 비전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는 대외적으로 엄청난 위험과 시련의 길목에 놓여 있다. 사드 설치를 둘러싸고 ‘미국이냐, 중국인냐’의 양자택일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100년 전 구한말 때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둘러싼 정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이냐, 중국이냐‘의 갈림길에 섰을 때와 같이 너무나 흡사한 운명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에서는 망국적 병폐인 계파 싸움에서 벗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우리의 후손들을 위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신중한 정책들을 세워 국가적 난제들을 하나하나씩 풀어나가야 될 것이다. 그러면 구태여 표를 달라고 하지 않아도 국민이 기립박수로 환영하며 수권정당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잔 다르크 같은 구국의 정치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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