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 입에 달디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달지 않았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 수북했겠다

사막도 애초에는 오아시스였다고 한다
아니 오아시스가 원래 사막이었다던가
그게 아니라 낙타가 원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원래 낙타였는데 팔다리가 워낙 맛있다보니
사람이 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여하튼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내가 원래 당신에게서 갈라져나왔든가


<감상> 애초부터 없던 건 무엇일까. 이것이 저것이 되는 것 말고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내게서 비롯되었다는 것 말고 애초부터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은 무얼까. 이 끊임없는 사슬의 형벌, 끊어버리려는 이 마음은 무엇으로부터 온 것일까.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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