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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이제 2016년 9월 28일 우리나라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7월 28일 한국기자협회의 속칭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를 각하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공보이사 및 대한변협신문의 편집인의 이 법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에 대하여 기각(‘합헌’)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알려진 이후 ‘김영란법 때문에’ 나라가 곧 망할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보수언론은 그 이전의 이슈들(사드 배치, 검찰개혁)을 다 집어삼킬 정도의 물량을 퍼부었다. 연간 12조원이라는 기업 접대비 감소가 곧바로 내수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거나 적용 대상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15%에 달하는 400만명(배우자 포함)이나 되어 내수시장에 치명적인 독(毒)이 될 것이라고 외치고, 김영란법 때문에 음식점 장사가 안 되고 선물 유통이 막히면 서민 일자리가 줄고 농축산 농가는 타격을 받을 것이어서 피해자는 공직자 등이 아니라 바로 서민이라며 국민 정서까지 자극하고 있다. 어느 유력 신문은 통상적인 시장 가격을 볼 때 ‘김영란법 때문에’ 사실상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과는 골프를 칠 수도 없게 되었다면서 탓하기도 한다. 기사의 제목을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으로 자극적으로 뽑고 한우와 굴비 사진을 실은 조간도 있었다. 이렇듯 ‘김영란법 때문에’ 못 살게 될 것이라는 아우성이 보수 언론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야당의 원내대표조차 ‘한도 조정’ 이야기를 꺼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우리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he global coalition against corruption)가 발표한 2015년 우리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6점이다.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 및 정치인들에 있어 부패가 존재하고 있다고 인식되는 정도에 기초하여 각국의 부패지수를 수치화한 것이다. 1위는 덴마크로 91점을 얻었고, 한국은 체코, 몰타와 함께 공동 37위에 해당한다. 싱가폴, 홍콩, 일본, 대만이 모두 우리 앞에 있다.

김영란법은 실은 작년 봄인 2015년 3월 27일 공포되었다. 공포된 날로부터 무려 1년 6개월이 경과한 날이 시행일인데 그날이 바로 2016년 9월 28일이다.

우선, 세법상 기업 접대비는 을(乙)회사가 갑(甲)회사를 접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공무원 등이 이제껏 12조원이나 받아먹고 있었던 것처럼 떠든 것은 심한 모욕이다. 그리고 공무원 등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는 것이 금지되면 이제 부모님께 한우, 굴비를 선물하면 된다. 9월28일 이후라도 기자와 밥 먹을 때 전혀 신경을 안 써도 괜찮다. 혹시 입에 맞는 안주가 있어 술을 좀 더 마시게 되어 1인당 단가가 3만원이 넘게 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각자가 계산을 하면 되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그 배우자들도 얼마든지 골프를 치시라. 자기 돈으로 골프를 치는 것이 자기 돈으로 당구를 치거나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곧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사실 김영란법 때문에 골프도 못 치게 되었다는 식의 기사를 보고서는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청렴도가 OECD 국가 평균만큼이라도 개선되면 GDP 성장률은 연평균 0.65%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편성하려는 11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GDP 성장률 제고 효과 최대 기대치(0.2% 이하)보다도 훨씬 높다. ‘김영란법 때문’에 경제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김영란법 덕분에’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을 굳게 믿자. 우리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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