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서울의 한 언론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지역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경북 성주군에 있는 공군 방공기지가 유력하다고 보도하면서 성주군에는 사드 날벼락이 떨어졌다.

특히 그 이유로 주변이 인구 밀집지역이 아니라는 보도와 한 마디 협의조차 없던 정부의 태도는 4만 5천 성주군민들을 분노케 했다.

다음 날 우여곡절 끝에 국방부가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공식 발표하면서 성주 군민들의 외로운 사드와의 투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성주지역을 찾은 중앙정치인들은 성주군민들의 절실한 요구인 사드배치 철회를 외치지만 “구호만 요란하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성주군내 다른 지역 언급에 대한 해석을 두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한 달 여 동안 성주군을 찾은 주요 인사들의 말들을 되짚어봤다.



-김항곤 성주군수(지난달 12일 오후 성주군 사드 배치 언론 보도 직후)

즉각 사드배치 반대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할 것이라면서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성주 방공포대로 인한 많은 피해를 감수해왔는데, 뜻하지 않은 돌발사태로 인해 군민 모두가 경악하며, 일손을 모두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철회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지난달 13일 이만희, 이철우 의원과 함게 국회 정론관서 성명)

“우리 지역으로 결정되는 것에 대해 시도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배치지역에 대해서는 한반도 방어의 최적지임을 전 국민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구체적으로 선정기준을 소상히 밝히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지역 주민과 충분한 대화 할 것 △사드 레이저 전자파의 진실을 국민과 주민에게 알릴 것 △사드배치 지역에 대한 국책사업 진행 등 인센티브를 먼저 마련하고 배치지역을 발표할 것 등 세 가지 조건을 정부가 충분히 충족을 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복 성주사드반대 범 군민비상대책위원장(지난달 12일 우후부터 단식투쟁 들어가면서)

“열 명의 목숨은 중요하고 한 명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냐”, “성주군 인구 4만5천 명이 적은 수냐”고 좀처럼 화를 삭이지 못한 이 위원장은 “인구가 적으니 피해가 적다는 사고방식은 성주군민을 얕보는 것”이라며 “사드 배치장소로 거론되는 성산포대서 직선거리 1.5km에 군청을 비롯한 아파트, 상가들이 모여 있고 성주군내 인구 4분의 1인 1만 명 이상이 이 일대에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기정 성주 참외원예농협 조합장(지난달 13일 오전 성주군청 당직실에서 경북일보 인터뷰)

“벌써 성주 참외가 전자레인지 참외라는 소문이 돌고 있을 만큼 사드 배치로 인한 성주 참외 농가의 피해는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사드로 인한 위험 반경이 3.5km라는 말도 있고 5.5km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성주 참외 농가 모두가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무엇보다 농민들이 사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힌 도 조합장은 “사드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대부분인 참외 농가 주민 중 대다수가 이제야 소식을 듣고 있다”며“참외 농민들까지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합류하면 지금보다 분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일회 성주문화원장(지난달 14일 성주문화원 원장실에서 경북일보 인터뷰)

도일회 성주문화원장은 “예로부터 유림의 고장, 애향의 고장, 생명의 고장이던 성주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수년간 쌓아온 클린 성주, 청정 성주의 이미지가 사드 배치로 인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고 허탈해했다. “오늘 빨간 머리띠하고 북한에서 돈 받아서 데모하느냐는 발신번호 제한의 정체불명 전화가 문화원으로 걸려올 만큼 성주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도 원장은 “성주군민들이 이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김관용 도지사(지난달 18일 오전 성주군청을 찾아)

“성주 생각을 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밤을 지새우며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또 도지사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사전 연락 없이 아침부터 군청을 방문해 투쟁위 사무실을 들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총리도 우리 뜻을 알고 갔으니 우리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본다. 이제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주시하고 있다”며 “이제는 지혜를 짜서 슬기롭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며칠 만에 바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명쾌하게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단식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저도 여러분의 편이다. 성주군민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외부세력이 개입돼 우리의 뜻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지혜를 모은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사드와 관련해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여러 가지 떠도는 소문에 현혹돼선 안된다.”며 “계속 대화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자”고 말했다.



-투쟁위원회 정영길(경북도의원)·백철현(군의원), 김안수 공동위원장(지난달 25일 오후 철회 투쟁위 사무실 경북일보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께서 지역을 방문해 주민여론을 경청하게 되면 각료들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아실 것입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성주군민들에게 사드배치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기보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순서가 마련된다면 “아마 대통령의 마음이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방부장관이 성주에 한 번 와 보지도 않고 성산포대를 최적지라고 결정했는데 대통령에게 보고나 제대로 됐겠느냐”면서 “대통령께서 실제 현장을 둘러보고 군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분명히 철회, 내지는 재검토 결정을 내려지게 될 것”이라며 확신에 찬 발언과 함께 사드철회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또 최근 불거진 성주 제3의 장소 사드배치에 대해서는 “(사드배치 철회 외에)제 2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지난달 26일 성주 방문)

“당이 정부와 주민의 대화 창구를 맡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성주군민·경북도·미군·새누리당과 대화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성주안전협의체를 당장 구성해, 공식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언제까지 함성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라면서 “시간이 걸릴지언정 대화를 포기하거나 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득에 나섰다. 또 사드 배치지역 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과 외교적 위기 등에 대한 국회 청문회개최 계획을 묻자 정 원내대표는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문회 이상이라도 조치가 필요하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 당 박지원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 의원(지난 1일 성주 방문)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왜 사드가 성주로 결정되었는지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성주군민에 대한 예의”라며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군민들의 협의체를 당과 국회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다른 정당들도 사드 배치 철회에 함께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사드배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국회에서 토론해 철회하는 것”이라며“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반드시 제출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남북통일을 반대하는 세력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통일 전제조건을 설명한 후 “남북이 대결과 증오보다 평화롭고 화해할 때 점진적인 통일의 문도 열리는 것” 이라며“사드 배치는 오히려 남북 분단을 고착화하고 영구분단의 문을 열리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주군민들은 사드배치 철회 10만 서명운동 중 부족한 7만 명에 대한 국민의 당 참여를 부탁했고, 박지원 대표는 2일 의원 총회에서 의결되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민주당 표창원 의원(지난 3일 의원 5명과 성주 방문)

표 의원은 이날 성주군민들이 “더불어 민주당은 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힌 뒤 “더불어 민주당이 겁쟁이가 되어 가고 있다”며 “아마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 종북 좌파라고 욕을 먹을까 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민주당은 현재 지도부를 의원총회를 통해 뽑은 것이 아니라, 당의 잘못된 모습들을 바꾸고자 외부에서 영입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것들을 하루아침에 잃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오늘 몇몇 국회의원들이 와서 현장을 보고 소통한 만큼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지도부 성주 방문 때 도당위원장 대행 자격)

백 의원은 최근 “사드 전자파는 인간이나 동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를 가진 전자파나 마이크로파를 방출하지 않으며, 농작물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전자파 밀도가 약해 사드가 배치될 성주에서 생산된 참외를 직접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는 미국 하원 트렌트 프랭크 군사위원의 주장이 담긴 자료를 배포해 성주군민들의 분노를 샀다.

백 의원은 이날 한 주민 대표의 “구미 금오산에 사드를 배치해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나”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는 대답으로 자신의 소신을 재차 밝혔다.







권오항·박용기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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