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은 저렇게 꽃잎마다 살림을 차리고 살지, 호미를 걸어두고, 마당 한켠에 흙 묻은 삽자루 세워두고, 새끼를 꼬듯 여문 자식들 낳아 산에 주고, 들에 주고, 한 하늘을 이루어 간다지.
 저이들을 봐, 꽃잎들의 몸을 열고 닫는 싸리문 사이로 샘물 같은 웃음과 길 끝으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 보이잖아, 해 지는 저녁, 방마다 알전구 달아놓고, 복(福)자 새겨진 밥그릇을 앞에 둔 가장의 모습, 얼마나 늠름하신지. 패랭이 잎잎마다 다 보인다, 다 보여.



감상)아무 생각도 안 오는 날 있지, 사방의 녹음은 밋밋하고, 떠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아무런 슬픔도 주지 못하고, 친구의 부고에도 놀라움 없는 날 있지, 그런 날은 하늘이 아니라 아래를 봐야 해, 발등을 덮는 패랭이꽃 같은 것 보다 보면 오는 것 있지, 가령 잊었던 고향의 치욕 같은 것.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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