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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순 중앙대 교수
북한이 국경의 빗장을 단단히 잠그고 있어 과거보다 탈북자가 많지 않다. 2009년 약 3천 명에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2012년 1천98명, 2015년 1천275명, 2016년은 6월까지 749명이다. 2012년 이후는 2009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는 탈북자 단속을 위한 국경통제가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북·중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CCTV 설치, 철조망 보강은 물론이고 단속조직인 상무조를 활용해 탈북을 통제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자본주의 날라리 단속이란 명분으로 검열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탈북자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탈북자 중 관심을 끄는 사례가 있다. 군 관계자와 해외근무자의 집단 탈북이다. 그동안 탈북은 다양한 계층에서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탈북자들의 면면을 보면 눈여겨 볼만하다. 2015년 북한 정찰총국 대좌가 남한으로 왔다. 북한 대좌는 우리나라의 대령에 해당된다. 군 탈북자 중 고위직이다. 정찰총국은 2009년 대남공작기구를 개편하면서 국방위원회 산하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남 및 해외의 첩보와 정보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천안함 폭침이나 DDoS 공격을 주도한 기관이기도 하다. 2016년 6월 국방위원회가 국무위원회로 개편되면서 현재 정찰총국의 소속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기능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정찰총국의 역할이나 위상을 고려할 때 대좌급의 탈북이 어떤 사정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해외식당근무자들의 탈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지배인 1명을 포함 13명, 6월에는 3명의 북한 주민이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중 이탈했다. 해외식당 근무자들의 집단탈북도 보기 드문 사례다. 북한에서 외화벌이 사업 근무자의 선발은 엄격하다. 성분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소속 직장의 당비서와 거주지의 인민반장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해외 현장에서도 사상학습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행동에 대한 통제도 북한에 있을 때보다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해외 식당근무자의 경제적 처우도 북한에서는 중상류에 해당하고 있어 탈북을 쉽게 결정할 여건은 아니다. 그런데도 집단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

7월에는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북한 남자 중학교 고급반(고등학생)학생 1명이 한국총영사관에 정치적 보호를 요청한 사례도 있다. 학생 신분으로 혼자 탈북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는 않는다. 여기다가 북한군 장성급 인사와 외교관 등이 제3국 망명 요청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 주민의 탈북이 생계문제가 주를 이루었는데, 최근 이러한 사례들은 생계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상류계층에 속하고 성분상으로도 핵심이나 기본계층에 속하는 이들의 탈북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엘리트 계층의 체제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볼 수도 있다.

만약 체제 불만이 엘리트 계층까지 나타나고 있다면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신이 사회 내부에 상당하게 잠재되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엘리트의 이반은 체제 정당성에 대한 신념체계의 동요에 의해서 나타난다. 엘리트 계층이 현실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경우 대중들은 이에 동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은 체제의 속성상 이러한 현상이 체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엘리트들의 탈북을 더욱 통제해서 불만이 내부적으로 잠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엘리트들의 탈북사태를 볼 때, 지배계층 내부의 결속력이 약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나름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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