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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균 포항성모병원 부인과복강경센터장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삶이었습니다, 모두 감사했습니다.’

지금 핸드폰 카카오톡에 내 친구로 등록돼 있는 30대 초반 아가씨의 제목 글이다.

내 직업인 복강경 수술 후, 만족스럽지 못할 때나 후회되는 부분이 있을 때, 내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원칙을 벗어나려고 할 때.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나는 가끔 이분에게 카톡으로 글을 보낸다.

“잘 지내나요? 난 좀더 노력해야 할 거 같아요. 완벽해지기 위해” 라고….

이 분은 세상을 열정을 다해 열심히 살았지만, 난소암이라는 인생의 복병을 만나 세상을 떠난 나의 환자다. 오랜 시간 미국에서 고생 끝에 박사 학위 논문을 열심히 준비하고 학위를 앞둔 시점에 암 진단이 되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했다.

카톡을 보내고 회진을 돈 후, 난 오늘도 여성 질환의 수술적 치료의 최선을 결과를 얻기 위해 일한다.

치료 전에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철저한 검사와 준비를 한다. 의사인 나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은 다른 것이다. 무슨 뜻인가 하면, 모든 일에서는 상대방의 바람에서 보이는 절대적인 만족의 기준이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 보다 몇 단계 이상의 철저한 준비와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치료되지 않는 것이며 도리어 수술 중 생긴 유착으로 인해 다음에 필요한 수술이 위험해질 수 있다.

차라리 하지 않음이 나을 정도이다

세상을 떠난, 그리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내 환자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왜 엉뚱하게 근종 수술, 자궁내막증 수술 이야기를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내 나이 50이 되었다. 한쪽 귀는 기능이 떨어져 잘 들리지 않고 이명도 심하다. 하지만 나머지 한쪽 귀는 정상이어서 나의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는 무릎 연골이 노화되어 뛰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서서, 앉아서 수술이 가능하다. 시력은 멀쩡해 수술 시야가 잘 보인다.

젊은 20~30대에는 시냇물이 굽이쳐 흐르면서 소리를 내듯이 나의 젊은 시절도 요란스럽고 살아가는 방향을 정확히 잡지 못한 채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좋아하는 나의 직업을 가지고 모든 열정과 시간을 바쳐 집중하게 되었을 때, 나는 큰 강물이 되었고 지금 힘차고 도도하게 그러나 소리 없이 흐르고 있다.

지금 나는 자신감이 있으며 겸손하기도 하다.(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그리고 내가 살아갈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성큼성큼 가고 있다.

먼저 간 그러나 치열하게 세상의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산 내 환자들에게서 “선생님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란 말을 자주 들었다. 항상 잊지 못하는 말이다.

언젠가 나도 강물이 모여 전혀 부딪힘이 없는 바다가 될 것이다.

네 인생의 가장 최고의 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가까워질 것이다. 내 환자의 최상 회복을 통해 나는 나의 직업과 나의 이전의 치열한 노력에 만족할 것이다.

그때 강물에서 바다로 가기 전 가장 편안한 마음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이 아닌 내가 모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다른 모든 희로애락의 기억보다도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말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었습니다. 모두 감사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먼저 간 나의 환자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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