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의 희로애락 담은 책 출간…70편 에세이 담아

예천 금당실에서 문경으로 시집 와 농암에서 농사지으며 이순에 접어든 문경향토작가 이음전 수필가가 최근 수필집 ‘뜰에는 수선화’를 펴냈다.

시를 쓰는 사람보다 수필 쓰는 사람이 적은 현실에서 오랜만에 문경지역에서 수필집이 발간된 것이다.

2004년 ‘문학공간’이란 문학지에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나온 이음전 수필가는 꾸준히 ‘편지마을’ 동인으로, ‘농어촌문학회’ 동인으로, ‘수필샘’ 동인으로 펜을 놓지 않았다.

이 책에는 감수성 많은 한 여성이 농촌에 적응하는 과정과 농업의 신산(辛酸)함, 농촌공동체를 살면서 경험한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 공동체가 해체하면서 일어나는 농촌의 생활모습이 알알이 들어있다.

아주버님의 경제적 실패로부터 시작된 주인공의 고군분투와 이를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헤쳐 온 삶의 여정은 문경의 많은 농촌 여성들이 공감하는 삶의 한 과정이었다.

“가을이면 집 안팎이 알밤 지천이었다. 그러나 아주버님이 빚을 남기고 돌아가신 후 가세는 기울고 선산마저 남의 손에 넘어갔다. 가을마당에 가득하던 밤송이도 자취를 감추었다.(중략) 그런데 세월은 그 모든 아픈 사연도 밀쳐내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니라면 나도 세파에 부딪히는 중에 강해질 대로 강해졌는지 이제는 남의 소유가 된 그 산으로 가서 알밤을 주우리라는 생각을 굳혔다.”(‘알밤’일부)

그리고 작가는 “어느 날 버스정류장을 행해 아주버님 허리를 지그시 껴안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바퀴에 돌부리가 걸려 자전거와 아주버님과 함께 벼를 심은 무논에 나뒹군” 일들을 떠올리며, 아주버님이 개간하셨다는 계단식 묵정밭에서 들국화를 꺾어 그 꽃을 다발로 엮어 산소에 바치고, 성묘를 하며 해원(解寃)하는 푸근한 공동체의 정을 보이고 있다.

애초부터 문학적 재능과 소질이 없었던 그녀는 상황적 삭막함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서문에 썼다.

한없이 무기력하고, 고단한 삶이 글을 얽으므로 보다 축소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혼탁해지는 자신이 조금이나마 정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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