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의 역사 = 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김지혜 옮김.

오늘날 학술서와 논문에 필수적인 각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은 실증주의 역사학을 정초한 레오폴트 폰 랑케의 1824년작 ‘라틴과 게르만 여러 민족들의 역사’를 근대적 의미의 각주가 쓰인 첫 책으로 꼽는다. 랑케는 이 책에서 지면을 둘로 나눠 아래쪽에 중심 서사를 뒷받침하는 사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저자는 17∼18세기 역사서에서도 각주의 고전적 형태를 찾는다.

“각주가 가장 눈부시게 번성했던 때는 그것이 본문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문의 서사에 대한 역설적 언급으로도 기여했던 18세기였다.” 책은 단순히 각주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른 연구자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데 각주를 활용하는 학계의 관행이나 각주로 거짓 근거를 대는 몇몇 역사가들의 사례를 들어 학문적 글쓰기가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다.

테오리아. 320쪽. 1만5천원.



△말하지 않는 세계사 = 최성락 지음.

유대인 차별은 독일에만 있었을까. ‘개와 유대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처음 등장한 곳은 미국이었다. 나치가 등장하기 전 미국은 ‘모범적인’ 유대인 차별국가였다. 히틀러가 ‘미국처럼’ 유대인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뿐 아니라 서구 대부분 나라에서 유대인 차별은 뿌리깊었다. 스페인에서는 여러 차례 유대인 추방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저자는 ‘알고는 있어도 차마 말하지 않는’ 세계사를 소개한다.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는 ‘뇌섹남’이었고 진화론을 담은 첫 논문을 쓴 사람은 다윈이 아니었다. 서구 역사학계의 시각으로 구성된 오늘날 세계사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책.

페이퍼로드. 320쪽. 1만5천800원.



△암살 = 박태균·정창현 지음.

정치적 격변기였던 해방 이후 5년간 발생한 정치지도자 암살사건을 파헤친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3일 평양인민정치위원회 부위원장 현준혁을 시작으로, 한국민주당 송진우·장덕수, 근로인민당 여운형이 잇따라 암살당한다. 전문 암살단 ‘백의사’ 소속 안두희는 1949년 6월26일 경교장에서 당시 한국독립당 당수 김구를 저격해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유명한 암살을 자행했다.

20대 젊은 행동대원이었던 암살범들은 모두 검거됐지만 배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암살범들은 반공 성향이 강한 이북 출신이었고, 암살을 계획한 것으로 의심받은 백의사와 경찰·군의 인물들은 대부분 친일 경력자들이었다. 저자들은 해방 정국에 재등장한 이들이 친일이라는 흠집을 가리기 위해 반공을 표면에 내세웠을 가능성에 주목한다.연합



역사인. 264쪽. 1만5천원.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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