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라라 시인

걷어차면,


저 안에서 자꾸 누가 죽는 것 같다. 


저것은 숨 쉬고 있다. 보따리에 싸인 저것. 저것은 나를 보고 있다. 어디에 버려야 하나. 저것을 냉동실에 넣고 문을 닫았는데도 며칠간 부스럭거렸다.


저것은 여기 있다. 저것은 현관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가 베란다로 가서 오랫동안

저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펄펄 끓는 커피를 끼얹는다.

거울 속 보따리.

불 꺼진 보따리.

잡히지도 않는 저것을 어디에 버려야 하나.

보따리에 싸인 저것은 가볍고 슬프고

내 모든 것을 읽고 있다.



보따리 속을 돌아다니는 저것이 묻는다.

너는 어디 있니? 거기, 너 말고 니 몸속을 돌아다니는 진짜 너 말이야. 나는 그것을 만나러 왔는데. 그래서 여기 온 건데.



내 살을 뒤지다가 모두 떠나갔는데

잡히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보따리만 여기에 있다.





감상> 빈손을 펴고 오랫동안 들여다 볼 때 손금이 어느 날은 강이 되고 어느 날은 나무가 되고 어느 날은 당신에게 가는 길이 되기도 할 때 나는 빈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모든 것이 내게서 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게로 흘러오고 있음을 동시에 알았기 때문이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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