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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대표, 언론인
유방(劉邦)이 초나라 항우(項羽)를 무너뜨리고 승리를 자축하는 연회를 벌였다. 유방은 이 자리서 신하들에게 “짐이 천하를 잡고 항우가 천하를 잃은 이유를 말해 보라”고 했다.

여러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폐하는 전쟁에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큰 상을 내려 주는 등 천하의 사람들에게 그 공적에 따라 공평하게 포상을 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유방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것이 아니네. 귀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짐은 지략의 면에서는 장량(張良)에 못 미치고 군량의 공급과 행정에서는 소하(蕭何)를 따르지 못한다. 또 병사들을 이끌고 전장에서 군사를 지휘하는 데는 한신(韓信)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짐은 이 모두를 부릴 수 있는 능력자들을 기용하여 이들을 부릴 줄을 아는 데 비해 항우는 단 한 사람 범증(范增)조차도 제대로 부릴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것이 짐이 천하를 잡은 이유다.”

말단 당 사무처 직원에서 출발하여 집권당 대표까지 31년 만에 16계단을 밟아 오른 입지의 인물로 평가받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집념 스토리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을 “비주류의 주류요 무(無)수저 출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집권당의 대표 자리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곳곳에서는 벌써 이 대표를 향해 ‘박(박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새진용으로 짜여진 새누리당을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아냥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첫째로 이러한 비아냥의 소리를 벗어 날 수 있는 혁신적 지도력을 보여야 하고 지난 총선 때부터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실추된 당의 이미지를 빠른 시간 안에 새로 구축해야 된다.

둘째로 비박, 친박의 계파 싸움 소리를 잠재우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화합된 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셋째로 박 대통령의 치마폭에서 벗어난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새누리당 지도부는 하나같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연약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온 만큼 이 같은 구태를 탈피하고 국리민복을 위한 집권 정당의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밖에 내년에 실시되는 대선에 입후보할 당의 후보자를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잣대로 선출해야 한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조건들을 충족시키며 당을 이끌어 갈 경우 그동안 국민에게 잃어버린 표심을 분명히 되찾아 오게 될 것이다. 만에 하나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계파 싸움에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행정부에 이끌려 가는 줏대없는 ‘박심 남자’의 모습을 보일 경우 더 이상 새누리당에는 재집권의 희망이 없는 조종만이 울릴 것임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이 대표가 앞에서 언급한 당의 모습을 환골탈태시키면 이 대표는 지금까지 올라온 16계단에서 1계단을 더 올라선 차차기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는 기회를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이명박이 YS 나 DJ 같이 국민적 공감을 받는 인물이 아니었으나 대권을 움켜쥐는 행운을 잡았듯이‘이정현’이라는 인물도 유방의 용인술을 배우면 제2의 노무현, 이명박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단, ‘박심의 남자’라는 딱지를 떼어낸 독립된 ‘이정현’이라는 경우에만 해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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