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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목판사업본부장

단군왕검조(檀君王儉條)를 읽을 때, 고려할 사항 가운데 다섯 번째는 고조선의 문화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자는 것이다. 고조선이 신화로 취급된 시절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고조선은 실제로 존재한 국가였고 많은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논산의 고인돌에서 청동검과 함께 출토된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은 21cm가량의 거울 뒷면에 100개의 동심원이 새겨져 있고 1mm안에 머리카락 두께의 선을 3개씩, 도합 13,000가량을 그려넣었다. 다뉴세문경은 거푸집을 만들어 제작하였기에 과연 어떻게 그런 거푸집을 만들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하다. 고조선인들이 타고 다니던 마차도 아주 정교하였다.

지금의 과학과 기술로도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교한 생활용품을 고조선사회는 제작?사용했던 것이다.

여섯째, 고조선의 역사에 관해서도 연구를 계속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조선이 실재하였다면, 과연 임금은 몇 분이며 정부조직은 어떠했는가? 수도는 어디며 강역은 어느 정도가지 미쳤는가? 그리고 국내의 사회생활과 대외관계는 어떠했을까를 진지하게 탐구하여야 할 것이다. 삼국유사에 단군이 1908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하였는데, 사실 왕조가 1908년 지속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단군이나 고조선에 관한 기록이 워낙 희소하므로 중국측의 사료와 요동?요서나 한반도에서 발굴괴고 출토되는 유적과 유물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여 잃어버린 2천년의 역사를 채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리라.

일곱째, 환웅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단군왕검 이야기는 신화라는 측면과 실사(實史)라는 측면이 모두 있다. 어떤 경우에도 환웅의 진실도 밝혀져야 한다. 환웅족의 문화와 곰 토템족의 문화가 융합되어 단군조선이 창설된 것이라면, 환웅의 역사도 우리민족의 역사를 구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가 개천절을 기리고 홍익인간 사상을 민족고유의 뿌리사상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삼국유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것은 환웅의 사업이요 사상이었다. 환웅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으로 태백산 신단수(神壇樹)에 하강하였고 그곳에서 신시(神市)를 열어 개천입국(開天立國)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신단수는 세계 각국의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우주수(宇宙樹)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옛 사람들은, 나무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생명의 표상으로 여겼다. 풍성한 자태로 하늘을 향해 우뚝 선 나무, 영적인 힘이 약동하며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를 신성하게 여겼고 나아가 우주의 중심, 생명의 근원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우리는 신단수, 즉 박달나무, 북유럽에는 물푸레나무, 시베리아지방에서는 자작나무가 우주수로 숭상되었던 것이다.

여덟째, 요하부근에서 출토되는 이른 바, 요하문명에 관하여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연구하여야 한다. BC 2~3,000년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하가점 하층문화는, 그 시기와 판도가 고조선과 비슷하다. 중국학계는 요하문명을 황제(黃帝) 헌원씨의 유적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역사수정작업을 완료하였다. 학계나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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