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39.2도, 영천 38.6도…영남지역 36도 이상 폭염

연일 맹위를 떨치는 폭염이 14일에도 전국을 달구면서 기록적인 고온현상을 보였다.

부산 시민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밤과 낮을 지냈고, 집안에 보관중이던 유정란이 부화하는 등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주 39.2도, 영천 38.6도 등 이날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36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됐다.

서울, 경기북부, 강원북부 등에는 시원한 소나기가 내려 낮 기온이 30도 안팎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부산은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최저기온이 28.3도를 기록했고 낮 기온도 37.3도를 찍었다.

190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뒤 112년간 부산에서 가장 높은 밤기온과 낮기온으로 기록됐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5일 첫 열대야가 시작된 뒤 소나기가 내린 지난 1, 3일을 빼고 계속되고 있다.

21일간 열대야를 보인 1994년보다 지속기간은 짧지만 가장 뜨거운 여름밤을 보낸 셈이다.

부산 수영구에 사는 김모(35·여)씨는 “에어컨이 없으면 제대로 잠 한숨 못 잘 정도”라며 “아침이면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몽롱하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는 집안에 둔 계란에서 병아리가 부화했다. 최근 무더위로 집 안 온도가 영상 30도를 웃돌면서 병아리 부화가 가능했을 것으로 축산 전문가는 추정하고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충남 천안 성정동 강민재씨 집 냉장고 위에 올려 둔 유정란 6개 가운데 3개가 부화했다.

강씨는 인터뷰에서 “집안에서 ‘삐악삐악’ 소리가 나기에 확인해봤더니 냉장고 위에 있는 달걀에 금이 가고 조금씩 깨지더니 달걀 속에서 검은 색 병아리가 보였다”며 “1시간 넘게 부화 과정을 거치더니 병아리가 완전히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천안시 축산팀장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냉장고 위가 열이 많이 나는 데다 조건만 맞으면 부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온열환자 증가세도 가파르다.

질병관리본부(KCDC)의 온열질환자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2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1천538명이었다.

온열질환자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이미 작년(1천56명) 전체 환자 수를 넘어섰다. 더위가 덜했던 2014년(556명)에 비해서는 2.77배나 많은 수준이다.

주요 강과 식수원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강에서는 최근 35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조류 성장 여건이 잘 만들어져 녹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백제보에는 이번 달 초부터 남조류가 ㎖당 1천개 이상 발견됐고, 현재는 2만2천530개로 일주일 전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도입된 조류예보제는 독성을 내뿜는 남조류가 2주 연속 ㎖당 1천개를 넘어설 경우 ‘관심단계’, 1만개 이상이면 ‘경계단계’, 100만개 이상이면 ‘대발생’을 발령한다.

충청권 주민 식수원인 대청호에서도 녹조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류경보가 2주째 이어지면서 호수 곳곳에는 누런 거품을 동반한 녹조 찌꺼기가 떠다니고 퀴퀴한 냄새까지 풍긴다.

증식한 남조류가 수면을 초록빛으로 뒤덮으면서 이들 수역은 얼핏 봐 거대한 잔디밭을 연상케 할 정도다.

청주시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취수장인 문의 수역의 녹조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수질관리를 강화한 상태”라며 “녹조가 더욱 확산하면 황토살포 등 직접적인 저감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녹조 확산에 대비해 비상대책반을 설치하고 조류제거선 투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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