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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영 시인
며칠 전 포항의 젊은 문우(文友)들과 호미곶을 찾았다.

호미곶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관광지로 누구나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 한국 지도에서 동쪽으로 튀어나온 호미곶은 일설에 의하면 일제가 우리 민족의 기(氣)를 약화시키기 위해 토끼 꼬리를 닮았다고 했다. 그것에 반기를 들고 주장한 것이 우리나라는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이며 호미곶이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일반화되면서 어느 핸가 면 이름도 호미곶면으로 바뀌었다.

외지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으레 구룡포를 거쳐 호미곶으로 손님을 안내한다. 그러다보니 일 년에 열 번 이상 찾는 곳이 되었다. 상생의 손이 있는 곳이라든지, 새천년기념관, 등대 박물관은 처음 오는 손님에게 안내하는 명소다. 물론 곁들여 물회 한 그릇도 포함한다. 두세 번 오는 손님에게는 조금 더 깊은 호미곶의 속살을 보여준다. 호미곶 광장에서 해파랑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육사 시비, 호미곶항, 독수리 바위, 쾌흥환호 조난비 등을 비롯하여 동해에서 석양을 볼 수 있는 곳도 만난다.

젊은 문우들과 이번에 찾은 곳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유명한 관광코스로 개발 가능한 동화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호랑이는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의 동물이다. 수많은 동화에 호랑이가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옛이야기에는 무서운 호랑이가 익살스럽게 등장하기도 한다. 민화, 도자기 등에서 종종 호랑이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렇기에 호랑이 꼬리란 상징은 동화의 원형을 지니고 있다.  

그 호미곶에 청니헌(靑泥軒)과 서경와란 집이 있다. 청니헌은 2000년 9월 4일 타계한 아동문학가 손춘익 선생님이 말년에 그곳에서 창작을 하던 택호다. 푸른 흙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청니헌은 동해의 깊은 바다에서 푸르게 빛나는 흙을 상징한다. 손춘익 선생은 1940년 11월 28일 생으로 1966년 매일신문에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조선일보에 ‘선생님을 찾아온 아이들’이란 동화 당선 이후 산더미 높이로 동화집을 발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화작가다. 아직도 많은 어린이들이 그의 동화를 읽으며 꿈과 희망을 갖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청니헌과 그리 멀지 않은 북쪽 바다 가까운 곳에 서경와란 이름을 가진 작은 집이 있다. 서경와의 뜻은 ‘고래를 기다리는 집’이란 한자어로 동화작가 김일광 선생이 거주하는 작업실이다. 김일광 동화작가는 1984년 창주문학상,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당선 이후 동화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작품 ‘귀신고래’를 비롯한 여러 편의 동화가 좋은 동화로 선정되어 곳곳에서 권장도서로 읽히고 있다. 최근 포항을 소재로 한 장편동화 ‘사라진 산’과 ‘교실에서 사라진 악어’를 발간한 인기 작가다.

사제지간이라 할 수 있는 손춘익, 김일광 두 작가는 공교롭게도 삶의 후반부 생활근거지를 호미곶에 두고 있다. 손춘익 선생이 못다 이룬 창작의 꿈을 김일광 작가가 호미곶에서 펼치고 있는 것이다.

동화적 요소가 금맥처럼 숨어 있는 호미곶에 동화를 썼던, 쓰고 있는 분의 작업실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명소가 되는 신나는 일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니헌에서 서경와를 동화의 산책로로 개발하고 동화책을 들고 조용조용 그곳을 찾는 재미를 발견한다면 호미곶 관광을 더 알차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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