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무슨 말이 또 필요하나요?”

▲ 삭발을 마친 선남면 서민수 씨
▲ 대가면 장소영 씨
15일 성주군 성 밖 숲에서 열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철회 대규모 삭발식에 참여한 서민수(51·여·성주군 선남면)씨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여성으로 어떻게 삭발을 결심했느냐”는 질문에 거듭 손사래만 치던 서 씨는 삭발식이 시작되고 입구를 통제하고 나서야 겨우 짧게 한마디 하고는 다시 입을 굳게 닫았다.

대가면에서 왔다는 장소영(61·여)씨 또한 “머리는 또 기르면 되지요”라고 애써 침착해 했다.

지난해 11월 성주군으로 이사 왔다는 장 씨는 “나이가 너무 어려도, 또 너무 많아도 여성이 삭발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며“우리 나이가 삭발하기 제일 좋은 나이”라고 웃었다.

여성으로 쉽지 않은 결심을 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달랐지만, 그 눈빛만큼은 모두 매섭게 빛이 났다.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삭발식에는 당초 계획한 815 명 보다 93명이 많은 908명이 최종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함부로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임을 실천하는 유림, 다리를 다쳐 이동이 불편한 군민, 서 씨, 장 씨와 같은 여성참여자도 11명 포함됐다.

▲ 목발을 하고 삭발식에 참여한 정재필 씨
▲ 성주청년유도회 류지원 회장
정재필(49) 씨는 목발을 하고 삭발식에 참여했다.

“사드 배치에는 찬성한다”는 소신을 밝힌 정 씨는 “아무리 정부 일이지만 사전 설명도, 협의도 없이 이렇게 성주군을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한 것은 성주군민을 무시한 것”이라며“정부의 잘못된 출발로 인해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사드 배치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를 비판했다.

유림은 삭발식의 최선봉에 섰다. 성주향교 대성전을 향해 두 번의 절을 한 후 회원들과 함께 삭발에 들어간 류지원(62) 성주청년유도회장은 “그동안 ‘신체발부수지부모’라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근원임을 실천해 왔다”며“하지만 오늘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머리를 깎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투쟁위원회는 이날 908명의 삭발식을 단일 장소, 최대인원 동시 삭발 기록으로 한국기록원에 등재신청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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