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출신 조용준 작가, '유럽 도자기 여행' 책 발간

▲ 조용준 작가
푸른하늘 흰 뭉게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그 아래 빛나는 대지위에 놓인 일상이 마치 동화의 세상을 연상케 하는 이베리아반도.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이베리아반도는 프랑스와는 피레네산맥을 경계로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래서 예술이 움트고 살아숨쉬는 낭만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 곳의 도자기를 따라 여행을 하는 안내서인 유럽 도자기 여행 -서유럽편(도서출판 도도·조용준)이 예술여행를 꿈꾸는 이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신문기자 출신은 조용준 작가는 치열한 기자정신을 발휘해 곳곳의 예술의 향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 지구 한 바퀴를 돌아보는 도자기 세계사

1장과 2장에서는 서유럽 각 지역 도자기의 특징을 살펴보기 전에, 페니키아에서 시작된 도기 문명이 이슬람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로, 마침내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된 과정을 알아보며 도자기를 매개로 한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는다. 8세기경 이베리아 반도 즉 지금의 스페인 지역을 점령한 이슬람교도들은 말라가, 세비야, 발렌시아 등지에 도기 공방을 세우고 성채와 왕궁을 이슬람 특유의 타일장식으로 채웠다. 이 이슬람 문화는 13세기 무렵부터 로마네스크나 고딕 양식과 결합해 독특한 건축 양식을 만들어 낸다. 벽면이나 바닥을 이슬람 풍 타일로 장식하거나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를 새기고, 말굽 모양의 대문과 아치를 세운 ‘알람브라 궁전’이나 ‘알카사르 궁전’, 아름다운 아술레호로 치장한 ‘필라토의 집’, ‘레브리하 공작 부인의 집’과 같은 귀족 저택에서 이런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서유럽 각 지역의 도자기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그 차이를 좀 더 섬세하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도기 문화, 서유럽의 떼루아와 만나다

3장부터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서유럽 구석구석으로 퍼진 도기 장인과 그들의 기술이 각 지역의 떼루아와 만나 개성 있는 도자기 형태로 변주되는 모습을 서술한다. 서유럽 도자기는 북유럽 도자기처럼 우아하고 절제된 세련미를 보여 주지는 못하지만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를 강조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도자기를 구울 만한 흙을 구하기가 힘든 스페인에서는 대신 고열의 불로 구워 낼 때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피겨린이 발달했고,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로마 카톨릭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던 포르투갈에서는 종교적인 건물과 장식물 그리고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 아술레호를 많이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예술에 두각을 보이면서도 일반 대중의 가치와 철학, 미와 안락함을 추구하는 취향을 놓치지 않는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색채 감각을 이어받는 한편, 끊임없는 모방과 혁신을 거듭해 가장 트렌디한 도자기를 생산해 낸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나라답게 동양 백자와 거의 비슷한 자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고, 정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아름다운 식물 문양 라인을 세계적으로 히트시켰다.

▲유럽을 사로잡은 동양의 백자

유럽 왕실과 귀족들이 동양 도자기를 수집해 실내에 장식하는 것을 최고의 호사이자 자랑거리로 여겼던 시기가 있었다. 시누아즈리(중국 취향), 자포네즈리(일본 취향)와 같은 동양풍 예술품에 대한 그들의 동경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유럽 도자기 회사들은 여전히 동양적 모티프를 강조한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저자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영국과 프랑스 최고의 가마들이 이제껏 일본 도자기를 롤모델로 삼아 왔고, 일본 도자기를 모방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였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고백한다. 일본 땅에서 최초의 조선백자가 만들어진 지 400주년이 되는 2016년, 도자 문화에 관한 한 일본과 우리의 위치는 역전된 지 오래다. 이 책은 과거에서부터 현대까지 도자기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되짚어 보고, 도자기를 향한 서유럽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들여다보면서 아름다운 조선 백자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열어 줄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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