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 파묻힌 이조백자 빛깔의
역사여 역사여 한국 역사여.
새벽 비가 개이어 아침 해가 뜨거든
가야금 소리로 걸어 나와서
춘향이 걸음으로 걸어 나와서
전라도 석류꽃으로라도 한 번 돼 봐라.
시집을 가든지, 안상객(上客)을 가든지
해 뜨건 꽃가마나 한번 타 봐라.
내 이제는 차라리 네 혼행(婚行) 뒤를 따르는
한 마리 나무 기러기나 되려 하노니.
역사여 역사여 한국 역사여.
외씨버선 신고
다홍치마 입고 나와서
울타리가 석류꽃이라도 한번 돼 봐라.
<감상> 우리의 역사는 가야금의 역사 춘향이의 역사 전라도 석류꽃의 역사 그러나 이제 잊어야해 역사는 잊는 것 잊어야 새로운 백자가 우리에게 올 것이므로, 21세기에는 21세기의 백자를 만들어야 해 그래야 21세기가 살아남을 수 있어 역사는 오늘 써야하는 것 내일의 역사는 어제가 아니라 오늘 써야하는 것 (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