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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년 11월 19일 미국 게스티버그 전쟁터에 세워진 남북전쟁 전사자들을 위한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봉헌사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라는 명언이 담긴 연설을 하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10여 분간 이어졌다.

이로부터 1백 년이 지난 1963년 8월 28일 미국의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킹 목사가 링컨 기념관 앞에 운집한 수많은 흑인을 상대로 흑인과 백인이 평등한 관계에서 공존하자는 연설을 하면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수만 명의 박수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 명구는 아직도 흑인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다.

같은 해 6월 26일 서독을 방문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소련에 의해 베를린장벽이 세워진 후 동독이 언제 침략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던 베를린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서베를린을 방문했다. 그는 시청사 앞에서 있는 서베를린 시민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2000년 전 세계서 가장 큰 자랑거리는 ‘나는 로마 시민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자유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라는 것입니다” 이라는 한 문장의 명언에 참석한 베를린 시민들이 케네디의 이름을 연호하며 폭발적인 환호성과 10여 분간 박수를 보냈다. 독일 국민에게는 두고두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명언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승만 대통령이 1945년 10월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여의도비행장에서 행한 도착 연설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1776년 7월 4일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독립선언서에 서명을 할 때 행한 말이었으나 우리 국민은 이승만 대통령을 생각하면 이 명언을 떠올린다.

유신정권 시절인 1979년 10월 4일 유신 국회에서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을 하자 김 총재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우리 정치사에 영원히 남을 명언을 남겼다.

이 밖에도 역사가 되어가는 숱한 명언들이 세계인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감동이 있는 곳에는 항상 박수가 뒤따른다는 진실이 있다.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가 있었다. 30분이 채 되지 않은 경축사가 낭독되는 동안 방청석에서의 박수가 자그마치 47회나 있었다.

대통령의 연설이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온 셈이다. 박수 때문에 연설의 문장이 연결되지 않아 듣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무엇을 강조하려는지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과연 이 47차례에 걸쳐 나온 박수가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연설에 감동을 받아 마음에서 절로 나온 박수였을까?

과거 유신 정부와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 때 박수부대가 동원된 체육관 행사를 연상케 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경제 선진국에서 아직도 개발도상국 시대의 절대권력에 아첨하던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러울 뿐이다. 진정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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