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방사광가속기.


□새로운 제조산업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한 포항 레이저 산업단지 조성

최근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유럽은 중동으로부터의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 혼란과 이의 영향을 받은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로,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굴기를 내세운 팽창주의적 정책으로 아시아 각국의 나라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자국이기주의 성향의 대통령 후보가 나타나 연일 거친 말을 토해내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해 세계 각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경제적인 이익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지 생산 공장을 만들었으나 이제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더 우선시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점점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철수해 자국에 생산 공장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세계적 환경속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적인 측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제조업 전 분야에서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목도하고 있다. 반도체와 모바일, 디스플레이는 아직까지는 고전하며 견디고 있으나, 조선, 철강 등 우리 지역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산업은 거친 풍랑 앞에 놓인 등불 신세다.

사실 세계 각국은 이미 하드웨어 산업을 첨단화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경량 고성능 차량 제작에 레이저 빛을 이용하는 것이 그 일례이다. 레이저 빛 응용 기술은 원격, 고속 및 초정밀 작업을 가능케 하여 제조 산업을 첨단화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우리 나라도 레이저 빛을 제조 산업에 일부 활용하고 있기는 하나, 각종 레이저 발생 장치들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첨단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고, 레이저 설비 도입 과정에서 우리의 첨단 제조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도 있다. 독자적으로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레이저는 196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명됐다. 레이저가 발명된 초기에는 출력이 높지 않아서 주로 계측이나 탐지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레이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레이저 빛이 가진 에너지로 재료를 용융이나 기화시켜 접합, 절단, 가공 등 제품 생산에 직접 이용하는 방법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레이저 빛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여 국제연합은 지난해를 ‘세계 빛의 해’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유럽연합은 수 조원을 투자해 유럽 각 지역에 거대 레이저 시설을 건설하고 각종 레이저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레이저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은 레이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기관이 셀 수 없이 많다. 근래에는 중국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기관 및 산업단지 조성에 수 조원을 투자해 레이저 산업을 집중 지원 육성하고 있다. 모두 레이저의 발전 및 그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레이저 쇼 행사 모습.


△레이저 산업으로 제2의 영일만 신화 창조의 꿈꾸다, 한동대

포항은 조선, 철강, 자동차, 의료 등 국가 기간산업 단지가 많이 위치해 있다. 주로 경제 발전 시기에 조성됐고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말해주듯이 더 이상 과거의 기술과 인프라로 세계와 경쟁하기는 어렵다. 레이저와 같은 첨단 제조 기술로 무장하여 산업 혁신을 이룩하여야 할 시기인 것이다.

경북도는 첨단 산업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도는 포항 지역에 레이저 산업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포항 지역에 갖춰져 있는 연구교육 인프라와 기존의 산업을 연계시켜 줄 성공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포항시도 이에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철강, 자동차, 조선, 전자, 의료, 항공, 국방 등 레이저를 이용한 첨단화가 가능한 주요 기간산업들이 포항을 중심으로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은 도내 주요 기간산업들이 위치한 지역들과 연계성이 아주 우수해 레이저 산업 단지에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최근 도는 7대 신산업 육성 구상과 지역이 보유한 가속기를 활용하는 10대 추진 과제를 밝힌 바 있다. 7대 신산업에 포함된 타이타늄 신산업 벨트, 항공복합재 수리기반 구축 등과 10대 추진 과제에 포함된 양성자 기반 암 치료 등은 레이저 기술과도 연계성이 아주 크다. 포항 지역에 레이저 산업 단지 조성 계획이 적기에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포항지역 연구교육 기관 중에서는 한동대가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한동대는 수년 전부터 레이저 산업의 중요성을 정부부처 및 관계 기관에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동대 자체적으로도 레이저를 산업용으로 이용하는 정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레이저 산업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줄 기세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첨단 기술 확보의 중요성은 산업계에서 먼저 나온다.

서송원 풍산기술연구소 부장은 “내구성이 요구되는 제품을 제작하는데 기존에는 주로 열처리 방식을 사용했으나 고출력 레이저 빛으로 금속 표면에 조사하면 표면 내구성을 기존 방식보다 크게 향상 시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모든 기계 설비에 중요 부품으로 사용되는 베어링도 레이저 빛을 이용해 열처리하면 기계적 성능이 아주 높아져서 이에 관한 기술 개발 동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이종민 한동대 석좌교수는 레이저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전쟁터가 될 것이다. 자국이 보유한 핵심 기술을 절대 외국에 노출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저 기술은 앞으로 신산업 분야에 무궁무진하게 응용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기술을 하루빨리 자체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신산업 창출에 적극 융·복합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레이저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레이저 기술과 같이 현재 모든 산업에 공통 핵심기술로 사용되고 있는 뿌리 기술은 국가가 나서서 전략적으로 보호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분야 종사자들이 국가를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형 레이저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여기에서 연구개발 되는 기술들을 이전해 레이저 관련 기업들을 육성하고, 이들이 다시 주변 제조 산업체들에 레이저 응용기술들을 전파할 수 있는 연계 및 순환 구조 산업 단지 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국가 기간산업을 외부의 기술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점점 심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 산업의 중국 의존도에서 조속히 탈피하고 신기술 개발을 통한 독자적 제품 개발로 우위를 선점해야 합니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모든 산업에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핵심 레이저 기술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해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국내 첨단 제조 기술을 발전시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는 것이다. 물론 레이저 산업 생태계가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은 필수 사항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코는 지난 11일 오후 2시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타이타늄 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그동안 중앙 정부에 포항 레이저 산업 단지 건설의 중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승복 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경북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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