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jpg
지난 8월 9일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그는 이변을 속출시키며 지금까지 헤쳐 나온 인물이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던 정무직 공무원으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을 거치며 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연거푸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마침내 새누리당 대표까지 거머쥔 입지전적 인물이 이정현이다. 그는 당 대표 경선 시 ‘근본 없는 놈’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저를 발탁해준 박 대통령을 위해, 그리고 내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며 자신의 지지를 호소해서 꿈을 실현했다.

사실 이정현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제외하면 비주류 중의 비주류 인사이다. 게다가 학력도 동국대 학부가 전부이다. 그러나 성실함과 분명한 소신을 통해 ‘맷집’을 불린 뒤 복잡한 계파를 극복하면서 마침내 당권을 장악했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새누리당에는 이제 친박도 비박도 없다. 오로지 섬기는 새누리당만이 존재하며, 그러도록 당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설파했다. 권위주의를 척결코자 벌써 대표실 ‘사장님 소파들’도 들어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이 온전히 관철될지는 1년 남짓한 대선정국에서 의문이지만 그의 행동은 한국 정치에 신선한 충격이다. 이참에 그가 지금까지 보인 행적과 포부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기에 되새겨 보고자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올림픽 경기에서도 같은 맥락이 읽혀진다. 이번에 한국 팀이 거둔 수확 면에서 보면 유도와 구기 종목은 노메달의 결과를 얻었지만 양궁은 전 종목 금메달의 쾌거를 이루었다. 듣건대 양궁팀의 쾌거 다른 팀과는 다른 그 선발과정의 결과라고 한다. 일찍이 양궁팀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이력이나 경력과 같은 ‘근본’을 무시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소속이나 단체들에 관련된 부정을 없애고자 첫 선발과정을 소속팀 선수끼리 붙인다고 한다. 무려 4천 번 이상의 활쏘기 경기를 다양한 조건에서 치르는 선발경기를 통해 어떤 조건에서도 대응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이런 모든 기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는 부정이 끼어들 수 없을뿐더러 어떤 경기에도 대비하는 자세를 키우게 된다. 이런 완벽한 과정을 소화한 선수들의 세계제패는 당연한 결과이다. 한국양궁팀장은 경기 후, ‘한국 팀보다 더 훈련한 나라가 있다면 금메달을 주겠다.’고 당당하게 큰소리쳤다.

이에 반해 축구와 유도를 비롯한 선수 선발은 ‘근본’을 중시한다. 축구는 무슨 대학팀을 거친 선수라야 하고 유도는 어떤 대학 출신이 아니면 아예 출전의 기회조차 없다. 유럽 명문 팀 소속 선수는 바로 와일드카드로 선발이 되는 축구와 세계 순위가 곧 선발전의 ‘근본’이 되는 유도에서는 4년 뒤의 도쿄올림픽의 메달도 우리나라와는 무관할 것이다. 둘러보면 이런 ‘근본 중시’의 체제는 한국사회의 곳곳에 만연해 있다. 미국에서는 명문교 출신의 효력은 3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명문대 출신의 이력은 평생 효력을 가지는 ‘근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발전은 이 ‘근본’을 무시할 때 비로소 시동이 걸릴 것이다. 이제는 근본을 무시하고 철저히 검증되는 과정에서 훌륭한 결실을 거두는 결과를 인정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정치에서 이런 변화가 막 시작되었고, 스포츠팀에서 우리는 그 결실을 보고 있다. 과거의 ‘근본’을 뒤로 하고 현재의 ‘사실’을 중시하자. 긴장하면서도 신나는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