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군 사드배치 사태를 두고, 민민 갈등이 점화된 가운데 성주사드배치 철회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원회)와 군민과의 간담회에서 여태껏 숨죽여왔던 제3지역 이전배치 목소리가 높게 나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또 간담회에서는 민주적 군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받았다. 관련기사 3면

국방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배치와 관련, 주민합의만 되면 제3지역 이전 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성주사드배치 투쟁위원회와 군민간담회가 18일 오후 2시 성주군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전날 투쟁위원회와 국방부장관 간담회에 이은 이날 군민간담회는 난상토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지금까지 투쟁위원회가 견지해온 사드철회 및 한반도배치 반대에서 그동안 자기주장을 펼치지 못했던 다수군민들이 처음으로 간담회에 참여하면서 향후 복잡한 양상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사드배치 반대주장과 제3 지역 이전을 주장하는 갈등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해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제3 지역 이전 검토도 군민이 아닌 정부가 배치지역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군민이 새로운 안을 제시했을 경우, 원점(성산 포대)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한 군민은 제식구 죽이기 식의 갈등보다는 군민투표로 이를 마무리 짓자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간담회장 밖의 한 군민은 “군민투표 또는 준하는 방식이 채택될 경우 사태해결의 새로운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위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간담회는 사드배치 ‘이전’과 사드배치 ‘철회’ 혹은 한반도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각각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격렬한 논쟁이 예상됐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토론으로 진행됐다.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특정 언론사(서울지역 일부)의 출입을 통제하고,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의 기자출입 허용에 대해 투쟁위원이 반발하는 등으로 내부분열 조짐을 보이며 취재진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300명 이상의 군민이 참여한 이날 간담회는 자신을 소개(주거지, 이름)한 후 발언권을 받아 자기주장 등을 개진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다. 특히 상대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 질서를 강조하는 등 민주적인 절차를 유지했다.

실제 이날 대구에서 온 J씨는 시작 전 강당 앞자리에 앉았다가 군민들에 의해 퇴장을 요구받고 실랑이 끝에 강당 밖으로 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약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사드배치 ‘철회’와 ‘이전’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여 사드배치 결정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군민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엇보다 군민갈등은 상처만 남게 된다.”면서 “이성적인 대오를 갖춰 난관극복의 슬기를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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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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