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국회가 처음 난항을 겪고 있다.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의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19일 사흘째 공전했다. 추경안이 여야가 당초 합의한 22일에 처리되기는 사실상 힘들게 됐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마련한 자리에서 합의한 내용을 여야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안 심사 파행은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현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르자는 야당의 주장과 여당의 반대가 첨예하게 맞선 탓이다. 야당은 이번 추경안에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관련 예산이 포함된 만큼 대우조선에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 결정에 관여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시급한 추경부터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당장은 여야가 국회 파행을 수습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2일 추경 처리가 무산되면 “(내년도) 본 예산으로 돌려서 예산 편성을 다시 하는 길밖에 없다”며 추경을 포기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정치 쟁점과 연계해 추경 심사가 파행하는 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은) 마이크만 잡으면 급하고, 마이크가 없으면 느긋하다”며 새누리당이 추경 협상에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청문회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증인채택 협상이 추경 전에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 4·13 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여야 정당에 협치와 소통의 정치를 명령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생산적인 국회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20대 국회도 당리당략에 매달려 국민 앞에 내놓은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어기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치 발전은 요원하다. 여야는 민주주의 원칙인 토론과 타협의 기술을 발휘해 임시국회 정상적인 운영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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