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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 교수

협상력이란 쌍방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주어진 상황에서 가용자원을 최대한 이용하여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다. 만일 쌍방이 어떤 논쟁에서 대등한 위치에 선다면 그들은 동등한 협상력을 갖는다.

상대의 협상력은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서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협상참가자가 판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완전경쟁시장이나 혹은 과점시장 심지어 독점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협상력의 개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제 외교관계도 그렇고 정치권에서 여야의 협상도 그렇다. 협상력은 논리정연한 분석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게임이론, 노동경제학, 집단교섭약정, 외교적 협상, 소송상화해, 보험가격의 책정, 일반적인 사업상의 교섭에서도 협상력은 매우 중요하게 이용된다. 우리 정치판에서도 여야의 벼랑 끝 대립보다는 협상력이 적절하게 발휘되어야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이 적절한 협상력일까? 지금까지 협상력에 관한 다양한 공식이 개발되었다. 그 중 1951년 미국 경제학자 닐 쳄버레인(Neil Chamberlain)이 개발한 협상력 공식이 유명하다.

우리는 A의 협상조건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B가 지출해야 할 비용(예: 지지율 혹은 득표수)을 A의 협상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때 협상력은 A가 제시한 조건에 임하는 B의 비용과 관련되어 있다. 다른 식으로 정의하면 A가 제시한 조건에 대한 부동의 대가로 B에게 발생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면 A의 협상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B가 제시한 조건에 부동의 함으로써 A가 지불하게 되는 높은 수준의 동의 비용은 A의 협상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협상에 임하는 자들은 자신의 협상력의 강약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협상력을 숨기고 협상테이블에 임해야 전략상 유리한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식은 상대방에 대하여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당사자의 능력의 비율로 협상력을 이해한다. 이 경우 협상력은 상대방과 합의에 실패한데 따른 비용(예: 여론의 악화)으로 표시한다. 즉, A의 협상력은 B에게 미치는 혜택과 발생한 비용을 그가 동의하지 않음으로서 생기는 A의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만일 A의 협상력이 B의 그것보다 크다면 당연히 A는 B보다 우월한 지위에 서게 되고 협상결과는 A에게 유리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B가 협상력이 크다면 결과 또한 역전될 것임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협상전후 당사자의 성격과 행동에 기초하여 결과 값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여기서 생성된 관찰 가능한 결과 값은 장래 자신이 얻게 되는 평판(예: 지지율)을 예측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마지막 예를 들어 보자.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비대칭의 협상력을 가진 경우이다. 

즉, S가 오로지 한 사람만 채용되는 갑회사의 구직공고에 응모하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 100명의 경쟁자들도 응모하였다. S는 갑 이외의 사업주를 선택할 수 없다. 왜냐하면 S가 찾는 업종에서 갑회사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갑회사는 협상에서 많은 선택지가 있다. 그래서 자사의 표준근로계약을 제시할 수도 있고 최저임금만 지급하고 어느 때라도 해고할 수 있는 이른바 자유해고 가능조항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일당독재 체제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정치권은 이런 비대칭 상황은 아니다. 여야가 있다. 

그러므로 주고받는 게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국민들은 일방적 지배법칙인 갑질을 혐오한다. 추경예산안 승인과 각종 경제입법 등 산적한 문제들이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부여한 협상력(의석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야 정당과 정치권이 제발 주고받는 게임에 익숙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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