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26년 독자 '대진반점 박병도 사장'

969320_247249_1820.jpg
26년째 매일 몇 번씩 경북일보를 본다는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중국집을 운영하는 애독자 박병도씨가 신문을 펼쳐보고 있다. 김재원기자 jwkim@kyongbuk.com
“태어날 때부터 봐온 아이가 벌써 건장한 청년이 된 기분이네요.”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박병도(59)씨의 하루는 경북일보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박씨가 경북일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93년 대동일보 사옥이 있던 죽도동에 중국집을 열면서부터다.

‘정론직필’을 사시로 삼아 주 2회 발행하던 포항신문이 1993년 종합일간지인 대동일보로 제호를 변경하고 신문 발행을 시작할 때였기에 창간멤버나 다름없었다.

이때부터 박씨 부부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신문를 펼쳐 포항과 경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하면서 26년째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왔다.

혹여나 손님들이 찾을까 싶어 다른 전국일간지도 받지만, 경북일보만큼 자세한 지역 소식을 볼 수 없다는 그는 요즘도 하루 종일 몇 번씩 신문을 펼쳐본다.

신문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가 올린 글을 볼 때도 있고 아는 사람이 신문에 나오기도 하니 볼때 마다 새롭다면서, 최근 TV에서 계속 반복되는 뻔한 뉴스만 나오는 전국지는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에 사는데 지역 신문이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지역 뉴스만으로 지면을 채우니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없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면서 극찬했다.

그는 초창기 종합일간지로 변모하면서 생긴 우여곡절을 바로 현장에서 지켜본 경북일보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했다.

당시 마감에 쫓기던 기자들은 매일 포항에서 가장 맛있는 중국집으로 입 소문난 박씨의 가게에서 짜장면을 배달시키며 시작된 인연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시외버스터미널 옆으로 사옥을 옮겨 더 이상 배달된 짜장면을 맛보지 못하지만, 고참기자들은 아직도 당시의 짜장면 맛이 생각난다며 수습·신입사원들과 함께 이 곳을 찾아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박씨는 “처음 견본 신문 나올 때 오탈자도 많아서 편집국장이 밥 먹으러 오면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해 기자들이 많이 혼났을 거다”면서 “처음 시작할 땐 어설픈 점도 많았지만, 나이를 먹은 만큼 많이 발전했구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은 듬직한 청년이 돼 가게 한편을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소감을 얘기했다.

최근에는 지역의 고택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가 가장 기다려진다면서 지역의 고저녁한 저택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면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그는 별다른 게 힐링이 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기사라고 얘기했다.

또 두 명의 아들 모두 포항의 해군에서 근무해 군 소식도 늘 관심이 간다는 박씨는 이날 신문에 실린 해군 6전단 장병의 기부기사를 보고 “아들이 해군이 있었더니 이 장병이 박봉을 받는 장병이 얼마나 넓은 마음으로 기부한 건지 다시 보인다”며 지역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기사라며 칭찬했다.

손님들도 자꾸 신문을 가져가려고 해 신문 구독하라고 쓴소리하기도 했다면서 신문에 읽을거리가 많아 심심할 새가 없다고 평했다.

박씨는 “언제 장사를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지역소식은 계속 접할 것”이라며 “눈이 나빠 글을 못 읽게 되지만 않으면 지역 소식을 알 수 있는 경북일보와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예전만큼 손님이 바글거리지 않지만 경북일보만큼은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는 그는 앞으로 신문에 바라는 나름의 생각도 밝혔다.

어려운 이웃이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서는 기사를 읽다 보면 가슴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서 지역의 기부소식과 같은 좋은 기사를 많이 써 주길 당부했다.

박씨와 함께 26년간 신문을 봐온 부인 윤혜영(56)씨도 “사람 냄새 나는 좋은 기사를 읽으면 하루 기분이 좋다”면서 “좋은 기사로 가득 찬 신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특히 침체된 경기 속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대구·경북지역 제일의 일간지로 자리를 지키며 지역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경북일보에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지금의 자리에서 머무르지 말고 지역 사회의 각종 문제점을 점검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제시하고, 나쁜 소식들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사랑의 소중함을 전해주는 사랑의 신문이 되어 주기를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후 부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는 틈틈이 신문을 펼쳐든 박씨는 “초창기부터 봐온 신문이 이만큼 성장해 우리 지역의 재밌는 기사, 따뜻한 기사를 쓰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성장한 경북일보에 90점을 주고 싶다”며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내 마음속 100점 신문이 되도록 모두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를 바란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