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 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잇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감상) 자신도 모르게 생긴 습관 같은 게 있지요. 사진 찍을 때 꼭 고개를 한 쪽으로 갸우뚱 하듯 한다든가. 잠 잘 때 한 쪽 옆으로만 누워 잔다든가. 몸이 저절로 하게 되는 습관들… . 그러나 그게 저절로는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가 그 쪽에 있다는 말이지요……(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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