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과 28일에는 수사압박을 견디다 못한 대기업 임원과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던 전직 기초자치단체장의 잇따른 자살 소식이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장식(65) 전 포항시장은 28일 늦은 밤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불곡산 한 등산로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졌다. 발견 당시 정 전 시장은 등산복 차림이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4년 전 선거에 떨어지고 난 뒤부터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우울증세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정 전 시장은 1998년∼2006년 민선 포항시장을 지냈고,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포항 남구·울릉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경북도내에서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인 포항시장을 8년간 두 차례나 지낸 그이기에 포항시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저 명복을 경건하게 빌뿐이다.

앞서 27일에는 롯데그룹의 임원중 최고위자인 이인원(65) 부회장이 4장 분량의 자필 유서를 남긴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과 압박감이 자살에 이르게 한 요인이 됐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정책본부 수장으로서 총수 일가, 그룹 및 계열사의 대소사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난 6월 초 본격화돼 두 달을 훌쩍 넘겼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자살과 관련해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수사가 장기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단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신속하고 정상적인 수사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부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은 그 잘잘못과는 무관하게 총체적인 그룹 비리 의혹으로 바람 앞에 등불이 된 기업을 살리려는 나름의 충정이 아닐까 추측된다. 죽음으로서 조직을 지키려는 구성원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된 롯데그룹이 그냥 롯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며 개인적인 심경과 함께 신 회장을 감싸는 내용이 들어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고리로, 수사 대상의 정점에 있는 신동빈 회장과 직접 맞닿아 있다. 배신이 식은 밥 먹듯이 이뤄지는 요즈음 세태에서 이부회장과 같은 충직한 일꾼이 있다는 그 자체는 또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 생각해 봐야한다.

롯데그룹 수사사건은 총수 일가의 6천억원대 탈세 의혹, 롯데건설의 5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그룹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이다. 비리 의혹에 휩싸였지만 롯데그룹은 한 때 이 나라 경제성장과정에서 나름의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롯데그룹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다시 정상적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내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검찰의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 나라 경제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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