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포항병원 심장내과 김태진 과장

심장에 혈액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생긴 모양새가 꼭 심장 주위를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직경이 3㎜ 남짓으로 매우 가는 혈관이다. 하지만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이기에 관상동맥에 병이 생기면 치명적인 결과가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관상동맥은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혈관이라 할 수 있겠다. 그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흉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협심증이라 하고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발현한 것이 심근경색증이다.

얼마 전 60대 후반의 남성이 극심한 흉통을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평소 가슴 통증 때문에 계단을 올라가거나 빨리 걷지를 못해서 불편했으나 그냥 참고 지냈다고 했다. 또한, 담배를 즐기는 애연가이고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었으나 그에 대해서 전혀 치료받지 않고 지냈다고 했다. 즉시 심전도 검사를 시행했고 급성심근경색의 전형적인 형태의 심전도 모양이 나왔다. 이때부터는 의사, 간호사 등 급성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마음이 바빠지고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언제 심장마비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응급 관상동맥 확장성형 시술을 시행하기 위해서 혈관촬영실로 이동해서 대퇴동맥을 뚫고 직경 2~3㎜ 정도 되는 도관을 관상동맥 입구까지 접근시켰다. 먼저 혈관 촬영을 시행했다. 역시나 관상동맥의 하나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아주 부드러운 철사를 관상동맥 안으로 넣어 막혀 있는 병변을 통과시키고 그 철사를 따라서 풍선을 넣었다. 병변에 풍선을 위치시키고 풍선을 부풀렸다가 다시 쭈그러뜨렸다. 다시 혈관촬영을 해보니 완전히 막힌 부위는 상당히 좁아진 병변으로 일부 회복을 했고 혈관이 개통되어 혈액이 뒷부분까지 흐르게 되었다. 스텐트를 삽입해서 좁아진 병변도 완전하게 펼치는 데 성공을 했고 환자는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자칫하면 심장이 멎어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이었다.

유명인 중에도 심근경색을 치료받았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 삼성서울병원,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 병원의 주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도 지금 심근경색 후유증으로 투병한다고 하니 의사 입장에서도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은 참 어렵고도 어려운 질병 중에 하나다.

협심증의 증상은 흉통이다. 흉통은 가슴이 쥐어짜는 듯한 격통을 호소하는 것부터 둔한 통증, 따가운 통증, 찌르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가 있고 그 정도도 심각한 통증부터 경미한 통증까지 그 차이도 크다. 통증의 부위도 가슴에서부터 아래쪽으로는 상복부, 위쪽으로는 어깨, 턱 및 귀까지 방사되는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예처럼 심각한 통증으로 응급실로 급히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는 즉시 심혈관 조영술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운동 시에 발생하는 통증의 경우에는 병원 내에서 운동부하심전도 등 비침습적인 검사를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추가 검사 일정을 계획할 수가 있겠다.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평소에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꾸준한 운동은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혈관 질환의 초기에는 안정 시에 통증이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평소에 꾸준한 운동을 하면 운동 시 발생하는 흉통에 대해서 빨리 인지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병원진료를 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연, 건전한 식습관,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조절도 심혈관 질환 예방에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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