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니

어디서 묻어 온 것인지

꽃 잎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잔뜩 가슴을 오므리고 

파리한 주황색 얼굴로 떨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눌렀다.

 

투덜대는 구름의 낮은 기침소리, 

우리는 상승했다. 상승, 상승…………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바람이 휙-하고 불어들어 오면서 

꽃 잎 한 장을 싣고 갔다. 


나는 거기 놔둔 채, 

닳고 닳은 내 마음자리 

거기 벽 속에 가둬둔 채.





감상) ‘감상’이라 쓰려는데 자꾸 ‘가망’이라 써진다. ‘감상’이 자꾸만 ‘가망’으로 가는 이유는 뭘까. 가망은 감상의 어깨에 걸려있는 피크닉 가방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어떤 감상의 끝이든 ‘가망 있음’으로 끝맺고 싶어지는 것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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