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과 함께 수매 철이 다가오면서 쌀값 하락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생종 벼의 수확이 시작되는 지금보다 본격적인 출하로 쌀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농가소득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와 시장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 80kg 쌀 한 포대에 14만250원에 거래가 된다. 지역마다 가격 차이를 보이지만 80kg 한 포대가 14만 원의 가격대가 무너지고 있다. 경북에서 생산된 벼 대부분은 공공비축미, 시장 격리 곡, 농협 곡, 민간 곡 등으로 나눠서 판매되고 있다.

농가들이 민간 정미소보다 가격 받기가 그나마 좋은 지역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 사업소에 수매하기 위해 매년 벼를 실은 차량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농협의 수매에도 한계가 있어서 민간 정미소에 더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시장의 공급물량을 조절하는 장치를 마련하기보다, 수매자금 지원 등의 일시적 미봉책에 급급한 것이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는 것 같다는 게 농가들의 진단이다.

올해는 3년 연이은 대풍이어서 가격하락과 수매 걱정이 예년보다 더 하다. 현재 벼 작황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태풍 등 기상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고, 병해충도 발생하지 않아 풍작이 예상된다. 안계 풍산 금호 평야 등 도내 쌀 주산지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쌀이 생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쌀값 안정에 기대를 걸게 하는 것이 올해 벼 재배면적이 10만2천194ha로(53만2천350t)로 지난해 10만4천712ha(벼 생산량 79만2천t) 보다 경작지와 생산량이 감소했다는 당국의 발표다. 하지만 양곡창고마다 재고가 그득해, 재배면적 감소가 쌀값 지지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특히 RPC을 운영하는 농협들이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쌀값이 하락함으로써 RPC 경영에 채산성 악화가 최근 몇년째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농협 RPC들의 적자 합계액이 2014년 305억원에 이어 2015년에도 340억원이나 됐는데, 올해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확기 쌀시장의 혼란은 농가는 물론 도시 소비자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우선 정부는 원조ㆍ사료화 등을 포함한 쌀 재고 감축 및 소비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생산안정제를 적극 시행하기 바란다. 벼가 익어가면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추가되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