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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논어 위정편에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이란 글이 있다. 이 말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사자성어로 ‘온고지신’이라고 통칭한다.

오늘날 우리 국민은 이 말의 뜻을 되새겨 보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각오를 가져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머잖아 중국이나 일본의 경제 속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김정은의 핵 공갈에 이끌려 다니는 자주를 상실한 국가로 전락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대통령은 민의와는 담을 쌓아 놓고 ‘마이웨이’로 국정 운영을 하고 있으며 여소야대의 정치권은 정권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국회다운 국회운영을 하지 못하고 서로 네 탓만 외쳐대며 목청만 높이고 있다.

여기다 사드배치 문제로 국민 여론은 반으로 갈라져 국방은 뒷전이 되었고 대우조선의 사장연임 스캔들에 얽힌 사회지도층들의 부도덕한 뇌물 사건에다 세계 6위권의 국내 양대 해운회사의 하나인 한진해운의 침몰 등 나라 안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이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가장 치열했던 명종과 선조 때 임금이 내리는 벼슬도 거절하고 산림처사로 행세하며 당대 최고의 비판 정신으로 투철한 유학의 학풍을 수립하여 퇴계와 함께 영남학맥의 큰 산맥을 형성했던 남명(南冥) 조식(曹植)선생의 단성소(丹城疏)를 지면에 소개할까 한다.

이 단성소가 임금께 올려지고 난 뒤 4년 후에는 우리들이 즐겨 읽었던 홍길동전의 주인공 ‘의적(?) 홍길동의 사건’이 일어났던 시기다. 그리고 남명이 죽고 20년 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당시 사회는 소설 내용과 같이 계급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관리들은 부정부패와 주색잡기에 혈안이 되었고 왕은 있으나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지방관리들은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기에 바쁘고 굶주린 백성들은 남부여대하며 살았던 시대다.

남명은 단성소에서 임금께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선무랑(宣務郞)으로서 단성 현감에 새로 제수된 조식은 진실로 황공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주상전하(明宗)께 사양(辭讓)의 소(疏)를 올립니다…임금이 사람을 쓰는 것은 목수가 나무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깊은 산을 비롯해 어느 곳에 있는 것이든 재목을 버려두지 않고 그것을 가져다가 큰 집을 짓는 것은 훌륭한 목수가 하는 것이지 나무가 스스로 참여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제가 전하의 큰 은혜를 받고 머뭇거리며 나아가기 어려워하는 뜻은 이와 같습니다…전하께서는 과연 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문장에 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장에 능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도를 지닌 사람은 아니며 도를 지닌 사람은 반드시 신처럼 이렇지는 않습니다. 신에 대해 다만 전하께서 아시지 못한 것일 뿐 만 아니라 저를 추천한 재상 또한 저를 알지 못한 것입니다. 사람을 알지 못하면서 등용하여 훗날 국가의 수치가 된다면 어찌 그 죄(罪)가 신에게만 있겠습니까. 이것이 나아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입니다…이제 전하의 국사가 그릇된 지 오랩니다. 나라의 기틀은 이미 무너졌고 하늘의 뜻도 이미 전하에게서 멀어졌습니다…나라의 상태가 큰 나무가 그 속이 벌레에게 파 먹혀 진이 빠지고 말라 죽은 것처럼 되어 폭풍우에 언제 쓰러질지 모를 위험한 상태에 놓였는데도 소관(小官)들은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고 대관(大官)들은 매관매직으로 뇌물을 긁어모으는데 혈안이며 내신(內臣)들은 파당을 세워 궁중의 왕권을 농락하고 외신(外臣)들은 향리(鄕里)에서 백성들을 착취하여 이리떼처럼 날뛰고 있습니다…나라가 이 지경인데 자전(慈殿·문정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어 시기는 하나 밖의 소식이 막힌 구중궁궐 안의 한 과부(寡婦)에 지나지 않고, 전하(殿下)는 나이 어린 선왕(先王)의 한 외로운 자식일 뿐입니다. 저 많은 천재와 천, 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무엇으로 막고 수습할 수 있겠습니까…”

조식 선생이 이 시대에 살았다면 무엇이라고 했을까?


[이 칼럼은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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