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직도 안 오셨나 빈집의 어두운 창이 눅눅한 콩자반 같다
초인종을 누르면 환해지던 낭하의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열쇠가 든 주머니 쪽으로 적막한 계단은 기울고

가족의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에 작은 북처럼 울리던 옛날의 그 문 은빛 손잡이는 추억을 연다 둥근 촛불 같다

옛 부족의 북이 울리듯 어느 가족의 식사소리 어두운 낭하를 울리고

빈집을 울리고
난 오랫동안 벌거벗고 서서 환한 시를 쓴다 불 켜진 집을 짓는다

서늘한 식탁 위로
촛불 켜는 소리 촛농 고이는 다사로운 소리



감상) 내가 지친 날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너는 모른 척 나를 안아 주겠지 내가 그 방에 촛불이라도 밝히면 너는 또다시 모른 척 같이 울어주겠지 내가 나도 모르는 새 잠이라도 들면 너는 밤새도록 내 머리 맡에서 먼 산을 보는 듯 나를 지켜봐 주겠지. (최라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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