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의 밭에

새하얀 두루미 우수수 내려앉는다

보랏빛 나비 떼지어 훨훨

흰두루미 사이에서 훨훨

사랑이 별것이더냐

슬퍼하는 일이제

밭이랑 사이로 철썩철썩 파도치는 일이제

아직도 슬픔의 파도 출렁인다면

봉긋봉긋 도라지꽃, 도라지꽃 피어날 수 있겠네

꽃봉오리 깨물면 비릿한 향기

적막한 산천을 적시겠네

찌르르 찌르르, 봉분마다

숫처녀 적 도라지꽃 피어나겠네

허리 굽혀 일하던 농부, 덩달아 훨훨

두루미 되어 날아오르겠네


감상) 그는 도라지꽃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얀 도라지 꽃잎에 맺힌 하염없는 허무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슬픔을 좋아한다고 했다. 어쩌다가는 일부러 슬퍼보려고 도라지꽃을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그 꽃을 볼 때마다 슬퍼지곤 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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