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퇴적물 범벅…어패류 보금자리 파괴된 '죽음의 강'

경북일보 ‘낙동강은 지금’ 특별 취재팀과 낙동강사랑보존회가 동행 취재 중 발견한 날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백로. 이 사진은 지난 7월 하순 안동댐 상류인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백로 집단 서식지 인근 낙동강 상류에서 포착된 처참한 모습이다. 이규태 낙동강사랑보존회장은 백로가 중금속에 오염된 안동댐 물고기를 잡아 먹고 날지 못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곳 집단 서식지에는 8월 중순 개체 수가 3분의 1로 급격히 감소, 8월 말경에는 백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북일보·낙동강사랑보존회 공동 취재팀
6월 초 봉화군 석포제련소부터 안동댐까지 상류 90㎞를 동행한 낙동강 사랑환경보존회 이태규 회장은 “어릴 적 물고기도 잡고 친구들과 멱도 감으며 뛰어놀던 낙동강은 이제는 중금속과 독극물이 가득한 죽음의 강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날 환경단체와 함께 석포제련소 주변을 둘러 보면서 실제 눈으로 확인한 낙동강은 환경전문가가 아니라도 오염된 모습을 너무나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붉은 빛깔의 퇴적물이 수십 미터에 걸쳐 쌓여 있었고 석포제련소 공장과 연결된 하수도에선 하얗게 거품 찌꺼기가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강 속의 모습은 더욱 심각했다.

부유물이 가라앉은 하천은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였지만, 물속에 발을 담그자 말자 시꺼먼 찌꺼기들이 떠올라 조금 전 맑은 물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매캐한 냄새가 올라와 코끝을 자극하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강은 흐르고 있지만 쏘가리, 꺽지, 동자개, 모래무지, 동사리, 다슬기 등 1급수의 지표이며, 낙동강을 대표해 왔던 수생 어패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안동시 도산면 안동댐 상류 물이 빠진 후 오염물질이 띠를 이루고 있는 모습

△각종 수치가 말하는 낙동강 상류 오염 실태

2010년 광해관리공단이 봉화 석포면에서 안동시 도산면까지 90㎞ 구간을 조사한 결과 모두 175개 지점에서 광물찌꺼기 퇴적물이 발견됐다.

양은 무려 1만5천t, 25t 트럭 600대 분량으로 낙동강 수계에 있는 광산 60 여 곳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조사가 끝난 지 6년이 지났지만 수거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5월 18일 경상북도의회 행정 보건복지위를 비롯해 녹색환경과, 보건환경연구원, 산림환경연구원, 봉화군 등이 석포제련소 인근 지역을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도 제련소 주변 토양의 카드뮴 오염 수치가 최고 19.7㎎/㎏, 최저 4.9㎎/㎏으로 나타났다.

아연은 최고 1천848.2㎎/㎏, 최저 737.1㎎/㎏으로 조사됐다.

▲ 중금속 오염으로 해마다 안동댐 상류 지역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다.
2012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 지원에서 실시한 석포제련소 인근 농작물의 대파를 중금속 분석해 봤더니 카드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해당 작물을 수매해 폐기했다.

2014년 환경운동연합·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 조사 결과에서도 시료를 채취 분석한 6개 지점 중에서 토양 환경보전법의 카드뮴(Cd) 토양오염 우려 기준(4ppm)을 초과한 곳이 3곳으로 나타났다.

아연(Zn)의 경우 토양오염 우려 기준(300ppm)을 초과한 곳이 2곳이었고, 2곳은 토양오염 대책 기준(900ppm)까지 초과했다.

특히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은 충북 서천군의 옛 장항제련소 주변 토양 중금속 수치도 초과했다.

▲ 안동댐 상류 중금속 오염 물속을 헤메고 있는 철새의 모습
카드뮴의 경우 옛 장항제련소의 최고 농도 치인 3.38 ppm(㎎/㎏)의 4.3배인 14.7 ppm, 아연은 옛 장항제련소의 최고 농도 치인 698.67 ppm의 2.9배인 2052.4 ppm이 검출됐다.

발암물질인 카드뮴에 노출될 경우 기관지염, 폐기종, 폐렴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폐부종, 폐암 및 신장손상, 전립선암, 신장암, 단백뇨, 빈혈, 후각 상실, 골다공증, 골연화증 등이 유발된다.

아연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빈혈, 간 손상, 신장 손상 등의 증상이 뒤따른다.

물이 빠진 후 오염된 퇴적물이 쌓인 모습
△상류 오염으로 신음하는 안동댐

봉화군 석포면에서 안동댐 상류 마을까지 흐르는 낙동강의 현 실태를 바라보는 취재진은 마치 ‘죽음의 강’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강 주변에는 붕어와 잉어 등 물고기가 죽어 말라 비틀어져 있거나 물속에서 썩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낙동강 생태계를 이루고 살아가던 고라니와 백로, 두루미, 왜가리 등의 사체를 강바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독극물과 중금속, 물고기들의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또 일부 하천 바닥에서는 검붉은 기름띠가 나타나고 있었다.

석포 제련소 주변 하천 중금속으로 붉게 오염된 모습
이태규 회장은 “안동호 상류에서 물고기 폐사 현상은 십수 년 전부터 해마다 계속돼 오고 있다”며 안동댐의 오염원인을 석포제련소의 중금속 퇴적물로 인한 수질 오염을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영풍 석포제련소 중앙 특별 기동 단속 결과(2014년 9월 29~30일)’에서 석포제련소는 ‘특정 수질유해물질 공공수역 유출’과 ‘지정 폐기물 주변 환경 오염’ 등 4건의 환경관련법을 위반해 특정 수질유해물질을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석포제련소는‘나 몰라라’하며 돈벌이에만 급급한 채 환경오염에 대한 여론에 귀를 닫고 있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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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금물을 싣고 석포제련소로 들어가고 있는 차량들.

석포제련소 모습 1
석포제련소 모습 2

중금속과 독극물로 오염된 낙동강 상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 인체 영향을 끼치지 안을까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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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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