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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교수

역사적으로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은 자국의 문화적인 이정표의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대학이 국가 정책에서 갖는 전략적 의미가 대단히 크다. 우리는 세계적 수준(World Class)의 대학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세계수준의 대학이 무엇이며, 이를 설립 운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합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인 대학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최고 수준의 교수들이 연구를 통해 지식의 진보에 크게 기여하고, 가장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교수법으로 연구성과를 후속세대에 전수하는 것을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하는 대학이다.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은 그 역동성, 발전도 및 성과의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 대학의 재학생, 졸업생, 교수진, 연구성과 및 산학연계 등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하여 고등교육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한국은 개도국과 신흥국들이 닮고자 하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필자는 이러한 평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우리는 그간 폭발적인 교육수요에 맞춰 다양한 고등교육기관을 발전시켰다. 그 투자의 결실로 한국은 미래의 수요에 부합하는 다변화된 고등교육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학령인구의 감소로 촉발된 대학의 문제를 모두 우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압력은 고등교육을 지탱하는 최대 자금원인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및 기대치를 새로 검토하는 배경이 되었다. 결국 다양한 방식의 평가를 토대로 한 대학순위나 성적표 공개가 등장했고, 대학들도 국내외 평가순위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환경에 적합한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예술 등 다양한 부문의 국가시스템의 발전에 있어 고등교육의 역할이 중요한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각국은 고등교육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 자국민 또는 특정 지역사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다양한 국제적인 비교지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위 세계적인 명문대로 인정받기 위하여 각국 정부와 대학은 고등교육의 목적과 위상에 대한 인식을 더 큰 세계라는 틀로 확장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의 대학이 지적인 발전과 과학적인 진보의 첨단에서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 때 직면할 수 있는 어려움은 많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고등교육제도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방안과 대안적인 시각 등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국내 고등교육제도의 왜곡된 자원배분 정책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세계수준의 대학을 만드는 표준화된 방법이나 마술 같은 비법은 없다. 국가마다 환경이 다르고 고등교육제도의 모델도 다양하다. 대학 제도의 변화는 그 나라의 전반적인 환경이나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될 수 없다. 세계수준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비전과 그 실행은 국가의 총체적인 사회경제 발전전략, 교육제도의 하부에서 추진 중인 변화와 개혁 그리고 연구 및 강의가 통합체제로 구축되는 대안적인 형태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나라 많은 대학들은 현실에 안주하여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야심 찬 비전이 결여되어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역사를 보라. 이들 대학은 스스로 설정한 학문적 발전을 통해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 정부의 정책개입과 자금지원에 의해 명문이 된 것이 아니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도 수 세기에 걸쳐 대학의 사명과 방향성에 대한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진화해 왔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대학의 자유가 필요하다. 민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학을 꿈꾸어 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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