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으로 성주에 사드를 배치했더라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남북관계 변동에 따라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내놨다.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이들 국가와 대북 공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지만 한국과 중국 정상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에 이견을 노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사드가 제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설명했다. 양국이 극단적인 대립을 자제하면서도 서로 자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간 사드 갈등은 미국과 중국간 대립구도가 내재한 복잡한 문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갈등이 그대로 표출됨으로써 사드가 한반도를 넘어서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직접 충돌하는 사안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시주석은 이날 양국 정상회담 본 회담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며 상대국의 핵심이익 존중을 강조한 것으로 청와대는 밝혔다. 그는 “이 문제(사드 배치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의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 직후 북한은 동해 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비행 거리 1천㎞ 안팎의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들은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400㎞ 이상 침범했다고 한다. 북한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맞춰 국제사회에 보란 듯이 또다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 때문이란 점을 새삼 일깨웠다.

사드가 첨예한 외교 현안이다. 한중은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사드 ‘직접 대화’를 해도 기존 입장에 대한 반복뿐임이 노정됐다. 그만큼 사드 배치는 대외적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사드 문제에 대한 하나된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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