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복판에서 울고 있는 아이.

울면서도 과자를 먹고, 중고 전자상 티비를 보며 울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울고

생선들이 토막나고, 그릇들이 흥정되고, 앉은뱅이 수레가 지나가고,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겨우 빠져나가고, 땡중이 구걸하고,

그사이 몇 번인가 닭목이 비틀어지고, 다시 전도사가 지나가고,

튀김들이 익어가고, 모든 걸 구경하는 아이가 울고, 서성이며 울고, 또 울고.

공중으로 첫 별이 꽂히고, 바람이 뒤섞인 냄새 사이를 휘청이며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 그곳에 서서 아이는

울음이 젖어 연거푸 울고.

세월이 가고,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 수염이 돋아나고, 주름이 패이고, 

머리칼이 하얗게 바랠 때까지 그저 울고.



감상) 어른이 되어서도 그래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 눈치 같은 거 안 보고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울어보고 싶었다. 울면서 옆 사람들 이야기 다 듣고 가끔은 참견도 하고 그러다 다시 울고…… 그러다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새 눈물이 다 말라버렸으면 싶었다.(시인 최라라)



아침시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