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라는 명목의 관광병이 도지고 있다는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또 나오게 생겼다. 특히 일부 상임위원회는 올해 상반기에 해외연수를 갔다 오고 난 뒤 예산이 남아돌아 이번에 써 버리겠다는 한심한 예산 집행 작태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6박 7일 동안 중국을 간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는 말처럼 이들 의원 연수에 대구시 출자출연기관 CEO 3명을 비롯한 대구시청 간부와 의회 사무처 직원 3명 등 9명이 함께 간다. 건설교통위원회 의원 5명도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대중교통시스템 운영 등을 둘러본다는 명목으로 대만을 방문한다. 이 역시 도시철도공사와 대구도시공사, 대구시청 간부, 의회사무처 수행원 등 총 6명이 동행한다.

연수 명목의 관광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그것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시민들은 적잖이 놀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민의 혈세를 황금같이 사용해야 함에도 예산이 남았다고 추가 여행으로 예산을 쓸 궁리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 건설교통위원회는 1인당 연간 해외연수 경비 250만 원 가운데 올해 상반기 해외연수를 갔다 오고 남은 예산 100여만 원을 이번 연수에 써버리겠다는 것. 교육위원회 소속 교육위원 4명도 19~22일까지 3박 4일 동안 통일 안보를 목적으로 중국 연변과 백두산을 간다. 시청 직원 2명을 비롯한 문화복지위원회 3명도 동행한다. 이 역시 상반기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남은 예산 100여만 원(1인당)을 이번 연수에 쓴다는 것.

대구시 구 의회 의원들도 부정청탁 금지법 시행을 앞둔 오는 28일 이전에 해외연수를 떠날 계획을 꾸미고 있다고 한다. 동구의회는 의원 16명 전원이 구청 직원을 데리고 6일 동안 호주를 갈 계획이고, 북구 의회는 의원이 15명이나 해외로 떠나 동구의회 청사가 텅 빌 공산이 크다.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지방분권을 명목으로 스위스, 체코, 오스트리아 등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지방 자치 구현을 위해 한시도 빈틈이 없는 서구 선진국 의원들과는 달리 대구지역 지방의회 의원들의 한가한 해외 연수를 보고 있는 시민들은 복장이 터질 것이다. 지방 의원의 특권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 것이 자명하다. 현재 국회에서 특권 내려놓기가 논의 중인데 정작 특권 내려놓기가 필요한 곳은 지방의회다. 지방의원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꾸려지는 공공 예산으로 해외 관광을 하고 이권을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다.

우리 사회에서 정작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할 사람은 지방의원이다. 지방의회가 출석하지 않고 해외연수를 돌아다녀도 급여는 나온다. 놀고먹는 의원이 나올 수 없도록 지방자치법과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공공예산으로 해외로 비싼 여행을 하는 파렴치한 의원들에게 꼬박꼬박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땀 흘려 일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허탈케 해 이른바 사회 정의에도 어긋난다.

시의회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집행한 결정자는 최종적으로 권영진 대구시장이다. 대구시청 간부들이 의원의 해외 연수에 끼워 넣기 식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도 역시 대구시장의 결정권에 속한다. 지방자치제 시행 20여 년이다. 선출직 공직자로 뽑아주면 시민들에게 헌신 봉사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정말 요원한 일인가.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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