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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법조계의 비리가 도를 넘쳐도 한참 넘었다.

수사와 재판을 둘러쌓고 일부 검사·판사·변호사들의 뇌물과 수임료를 둘러싼 거액의 금품을 주고받은 일탈 행위는 법조계 주변의 사건 브로커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법원과 검찰에 뇌물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이제 국회가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가 시급하게 느껴진다. 법조계의 비리는 여태까지의 관행을 볼 때 언론과 피해자의 폭로가 없으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대검에서 감찰을 벌이고 있는 서울고검의 일명 ‘스폰스 부장검사’의 실례에서 보듯 검찰은 지난 5월 사건 당사자인 김형준 부장검사의 계좌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하고 사건 자체를 검찰로 회수했다. 대검에서도 김 부장검사의 비위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감찰을 미루다 언론에서 사건 내용이 대대적으로 터지자 마지 못한 듯 감찰에 나섰다.

이 사건도 지난달 말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의 사건 당사자가 언론에 김 부장검사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면 사건화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검찰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검찰 개혁안도 이번 김 부장검사의 사례로 볼 때 임시방편식으로 ‘여론의 소나기를 피해가자’는 식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인천지법의 김수천 부장판사의 수뢰사건도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의 사례를 잘 보여줬다. 김 부장판사가 정운호 네이처퍼블릭 전 대표인 정운호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후 그의 사건을 재판하면서 정운호가 요구한데로 받아준 희대의 사법비리를 자행했다.

지난달 김 부장판사의 수뢰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인천지방법원은 “재판 기록을 살펴봤더니 양형 참작의 사유를 충분히 고려한 판결이었다”고 감쌌다. 뒤이어 대법원에서도 “불공정한 재판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지 않는다”고 해명해 주었다. 대법원까지 제 식구 감싸기로 이같이 두리뭉실하게 사건을 깔아뭉개는 해명을 했다가 김 부장판사가 구속되자 대법원장이 국민의 눈총을 의식해 부랴부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법조계 뿐 만아니고 청와대에서도 지난달 1백억 대의 주식 대박 사건으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사건 경우에서도 당초 주식투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제 돈 가지고 주식 투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다. 이 또한 권력층들의 제 식구 감싸기의 본보기요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 준 것이다.

조선 태종 때부터 세종, 문종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왕을 보필하며 18년간 영의정을 지낸 청백리의 표본인 황희정승이 맏아들 수신(守身)이 참의로 있을 때 새로 지은 집의 낙성식에 참석했다. 고위 벼슬아치들이 운집해 낙성식이 마치 큰 잔칫집 같았다. 새로 지은 집이 전에 살던 집에 비해 크고 화려해 보였다. 이 모습을 본 황희는 대노(大怒)하여 “나라의 녹을 받아먹는 처지의 관리가 청렴하여 비가 새는 집안에서 정사를 살펴도 나랏일이 잘 될는지 의문인데 개인의 거처를 이다지 호화롭게 지었을 때는 필연코 뇌물을 주고받았음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냐”며 서릿발같이 내뱉고는 음식도 먹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황희는 이후 큰아들의 새집에는 한 번도 가지를 않았다. 이 시대 황희같은 청백리를 찾는 것이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

이제 법원과 검찰 스스로 무소불위의 특권을 포기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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