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내가 있는 평평한 땅 위에
내 발이 닿아 있는 땅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만들어져 있다 부처의 몸은 팔과
다리 머리와 몸통으로 되어 있다

머리는 내 머리가 닿아 있는
평평한 땅 위에 놓인
그 몸 위에 얹혀 있다 입과 눈은 코와 귀는
몸 위에 얹혀 있는 작지만 둥근 머리를
파고 들어가 각각 있다 몸의 앞은 내가 서 있고
몸의 뒤는 흐린 그림이 있는 어두운 벽이다

부처는 그러나 나와 달리
앉아 있다


감상) 오늘 부처를 보았으므로 나는 부처가 될 지도 모르겠다. 운전하는 부처, 소리 내어 웃는 부처, 커피를 마시는 부처,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걷는 부처, 속으로 욕하는 부처, 머릿속으로 섹스를 상상하는 부처.(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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