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누가돼도 1순위 안보현안…트럼프의 과거 北핵시설 정밀타격론 새삼 주목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존슨 C. 스미스 대학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날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게임이다. 그는 마치 자신의 ‘명사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속에서 사는 것 같다”고 조롱하는 등 인신공격성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연합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미국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 대선판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국제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등 중동 이슈에 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9일 5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선 정국의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형국이다.

더욱이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자체에 대해서는 공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해법에는 이견을 노출하고 있어 앞으로 두 후보 간 공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두 후보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면서도 상대를 직·간접으로 공격하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클린턴은 성명에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최근의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규탄한다”면서 “또 다른 핵실험을 한 북한의 결정은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과 함께 연초 통과시킨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추가 제재를 부과하자’는 요청을 지지한다”며 “동시에 우리는 역내 동맹과 방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아울러 “우리는 핵무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일 대통령이 필요하다. 동북아에서 핵무기 보유국이 많아지면 그만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하는데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허용 관련 질문에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다. 미국이 만약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고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별도의 공식 성명을 내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북핵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버지니아비치에서 한 안보대담에서도 북한의 핵 개발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언급하며 “그들은 적대적이고, 우리나라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 잠재적 재앙인 상황을 맞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보수단체 ‘밸류 보터스 서밋’ 연설에서는 북핵보다는 클린턴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발표됐는데 이번 실험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맡았던 이래로 4번째다”면서 “이는 실패한 국무장관이 초래한 또 다른 큰 실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제이슨 밀러 캠프 대변인도 성명에서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 북핵 프로그램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프로그램은 (오히려) 힘과 정교함 면에서 발전했다”면서 “북핵은 클린턴 국무장관 재직시절 대북정책의 실패에 따른 재앙으로, 또 하나의 외교 실패 사례”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트럼프 두 후보는 현재 향후의 해법과 관련해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클린턴은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는 없으며 동맹 및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대북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클리블랜드 예술·사회과학 아카데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클린턴재단’의 외국인 기부금 수령 및 국무부와의 유착 의혹을 겨냥, “그녀(힐러리 클린턴)가 국무장관 시절 자신의 이른바 ‘돈부터’(pay-for-play·돈이나 대가가 있어야 움직이는) 스캔들을 감추려고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연합
특히 그동안 트럼프는 ‘오바마-힐러리 정부’의 외교정책 실패로 북핵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을 싸잡아 비판해 왔고, 이에 맞서 클린턴은 북한의 독재자를 칭찬하고 대화하겠다는 트럼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해 온 만큼 두 후보는 남은 기간 북핵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두 후보는 오는 26일 뉴욕에서 열리는 1차 TV토론에서 북핵위협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일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클린턴, 트럼프 누가 되더라도 북핵 문제가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현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점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이제는 아·태 지역을 넘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뉴스에 “북한이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위한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우려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뉴스에 “북한의 의도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생존 가능한 핵 억지력을 대외에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고삐 풀린 핵 프로그램으로, ‘트럼프 행정부’든 ‘클린턴 행정부’든 차기 행정부의 1순위 안보현안으로 부상하게 됐다”고 전망했다.

안 그래도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가 높은 상황이었는데 이번 핵실험으로 확실하게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로 올라가게 됐다는 얘기다.

클린턴의 최측근 외교·안보참모인 제이크 설리번은 이번 핵실험이 있기 훨씬 전인 지난 7월 말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클린턴 후보에게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트럼프의 과거 북한 핵시설 정밀타격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소개했다. 트럼프는 2000년 개혁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한의 원자로를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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